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의 팀 엘지 트윈스도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팬들은 벌써부터 달아올랐다. 올해도 우승을 향한 기원이 간절하다. 우승은 마약과 같아서 한번 우승하면 그다음에도 우승을 꿈꾸게 한다. 작년에 우승했으니까 올해는 너그럽게 다른 팀에게 양보하자는 마음은 절대로 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경기장에 찾아가 보지는 못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서 응원의 기운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내심 마음으로는 첫 경기에서 마지막 경기까지 1위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전부터 패했다. 한 경기만 패한 게 아니라 그다음 경기도, 또 그다음 경기도 패했다. 첫 경기부터 마지막까지 1위를 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는 물 건너갔다. 시즌 시작과 함께 꼴찌로 떨어졌다. 이제는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참담한 마음이었다.
첫 세 경기를 보니까 투수의 공도 위력이 없었고 타자들의 공격력도 형편없었다. 작년 1위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경기를 보면서 탄식과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팀이고 선수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라는 한 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144경기 중에서 이제 고작 세 경기를 치른 상태라며 위안을 삼았다. 국가대표로 차출되어서 WBC 경기를 치르고 오느라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을 거라고 핑계를 댔다. 그런 내 마음을 선수들이 알았는지 네 번째 경기부터는 이기기 시작했다. 승승패, 승승승승 경기취소 승승승.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요동을 치더니 어느덧 공동 1위에 올라섰다. 13경기에서 9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이 압도적인 것은 아닌데 팀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원팀이란 게 이런 거다.
야구 경기라는 게 상대 팀보다 점수를 많이 얻으면 이기는 경기다. 점수를 많이 얻으려면 선수들이 안타를 치든지 사사구를 얻든지 1루로 많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1루, 2루, 3루로 선수를 많이 보냈다고 하더라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야구의 예측 불가한 면을 보게 된다. 제아무리 안타를 많이 친다고 하더라도, 사사구를 많이 얻는다고 하더라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잔루만 잔뜩 남긴 채로 경기를 마무리할 때가 있다. 반면에 안타 하나 없이도 점수를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사사구를 많이 얻는다거나 상대방의 실책이 점수로 이어질 때가 있다. 이긴 팀에게는 행운이라고 하겠고 패한 팀에게는 불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운과 불행으로 정리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사사구도 실책도 실력이고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밥 먹고 공만 던지는 투수들이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벌써 소문이 난 선수들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못할 실력이 아니다. 그런 선수들이 사사구를 던진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 타자와 경기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력이다. 틈만 나면 수비 연습을 하는 야수들이다. 공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달리고 몸을 던지고 글러브로 공을 잡고 던지는 훈련을 수천수만 번 반복한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실수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상대 타자와 경기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력이다. 점수를 얻어서 이긴 거나 상대방의 실수로 이긴 거나 결과는 같다. 144경기가 끝나면 그 하나하나의 경기 결과가 기록으로, 숫자로 남을 뿐이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날도 하나의 경기와 같다. 내가 점수를 많이 내서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실수를 하지 않고 점수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공격을 잘하는 것도 실력이고 수비를 잘하는 것도 실력이다. 모든 결과는 나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