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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서 퇴짜 맞았을 때 울분을 푸는 방법
by
박은석
Jan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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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을 가끔 이용한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주문해서 배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때, 중요한 물건이 아니어서 굳이 제 값 주고 사기 아까울 때, 보고 싶은 책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을 때 당근마켓은 내 고민을 쉽게 덜어준다.
무엇보다 우리 동네 주변에서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가까운 곳이니까 서로 상황만 괜찮다면 밤늦은 시간에도 거래할 수 있다.
중고물품이라고 해서 너덜너덜한 제품은 아니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져서 물건을 가능한 깨끗하게 쓰고 좋은 가격에 중고로 판매한다.
선물이나 사은품으로 받기는 했지만 전혀 쓰지 않는 물건들은 집에 오래 둬봤자 쓸 모가 없다.
나중에는 돈 주고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그러느니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파는 게 훨씬 낫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요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이 인기 있는 이유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바로 전날 아이패드를 주문했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시간이 늘어나자 기존의 오래된 아이패드로는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았다.
며칠 째 ‘아이패드’ 노래를 부르기에 네 식구의 용돈을 탈탈 털어서 비싼 놈으로 하나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라는 회사의 영업스타일 때문에 물건을 받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만 했다.
진득하게 기다리면 되는데 갑자기 케이스를 구입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는 아예 색깔과 디자인까지 정해놓았다.
핑크색 예쁜 케이스로 구해달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당근마켓을 봤는데 딱 원했던 그 스타일의 물건이 나왔다.
연락을 했다.
아직 안 팔렸다.
지금 당장 구입할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 자기 집 근처로 와야 한다면서 주소를 보내주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보니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그때가 밤 10:28이었다.
부랴부랴 출발하면서 30분 걸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확인을 안 한다.
‘화장실에 갔나? 1분 전까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답장을 기다릴까 하다가 천천히 출발했다.
신호대기 중일 때마다 메시지를 보냈다.
‘갑니다’, ‘근처에서 연락할게요’ ‘답이 없으시네요’ ‘거의 다 왔는데’ 대답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이미 그가 알려준 지점에 도착했다.
도.
착.
했.
어.
요.
한 글자씩 길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여러 번의 알림음이 울릴 테니까 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메시지는 묵묵부답이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차를 돌렸다.
열이 치밀어 올랐다.
실컷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 나만 손해이지 않은가?
그래서 반대로 마음을 달래보았다.
‘한밤중에 드라이브했다고 치자.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운전을 하는 게 얼마만인가?’ 하면서 나만의 낭만을 즐기자고 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졌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뭐.’ 하는 마음도 생겼다.
집에 도착하니 11:50이었다.
씩씩거리며 아내에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투덜거렸는데 그때 마침 메시지가 왔다.
급한 전화가 와서 통화하는 바람에 나의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통사정을 하는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그러면서 거래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
‘아.. 갈등 생기네. 꼭 사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데 계속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내가 어찌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내가 졌다.
다음날 다시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너무 고마웠는지 물건값을 1,
000원이나 깎아줬다.
11,000원만 달라는 것이다.
그 대단한 선심에 감격해서 눈물 섞인 웃음이 터졌다.
천원이 어딘가? 풋!!
어쨌든 그다음 날 11,000원을 주고 그 물건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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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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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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