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왜 너는 안 되니?

by 박은석


미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아름다울 미(美) 자를 붙였다는데 어디까지나 미국인들의 입장이고 나에게는 대한민국이 가장 아름답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말은 자칫 세계의 깡패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로마의 평화(Pax Romana)가 로마의 전쟁과 힘에 의한 평화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평화(Pax Americana)도 미국의 힘 때문이라고 본다.


젊었을 때는 천하장사였다 하더라도 나이 들면 근육이 다 빠지고 힘도 사라진다.

한때 박치기왕으로 불렸던 프로레슬러 김일 씨의 노년에 대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 어린 시절의 영웅도 그렇게 약해졌다.

거대한 땅을 차지했던 알렉산더, 로마, 몽골, 오스만투르크, 영국 제국은 이미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다.

미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힘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통령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영웅처럼 이야기들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들 입장에서 그런 것이고 나에게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인물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부를 떠나서 그들에게 배울 점들은 많다.

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레이건, 오바마 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업적을 남겼다.

세계의 관심을 미국으로 끌고 간 대통령들일 것이다.


하기는 세계의 관심을 미국으로 가장 많이 끌고 간 대통령은 단연 트럼프이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미국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전 세계 언론은 매일 알아맞히기 게임을 벌였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 이번 대통령인 바이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그가 당선 확정되자마자 언론사들이 바이든을 영웅화시키기 위해 기삿거리를 찾았을 텐데 그중에서 대박을 터뜨릴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스물아홉 살 때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었다.

두 아들도 크게 다쳤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평범한 남자였고, 아내를 잃은 젊은 남편이자, 딸을 잃은 아빠였다.

종교를 어느 정도 믿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신을 원망하며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두 컷짜리 만화를 액자에 넣어 보내주었다.

그 만화는 딕 브라운의 ‘공포의 해이가르’였다.

바이킹 전사 해이가르의 배가 벼락에 맞아 침몰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때 해이가르가 하늘을 향해 외친다.

“왜 하필 저입니까?(WHY ME?!)” 이 말은 바이든의 말이기도 했고 나도 숱하게 내뱉었던 말이다.

그럴 때가 있었다.

아주 많이.

그런데 만화의 다음 컷에는 하늘에서부터 소리가 울려퍼졌다.

“왜? 너는 안 되니?(WHY NOT?)”




바이든의 아버지는 그가 낙심하고 있을 때마다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라.”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에게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러면서 빨리 그 불행을 털고 일어서지 않으면 일어난 일에 짓눌려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후로도 그의 아버지는 종종 바이든에게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쓰러졌는지를 보지 말고 그가 얼마나 빨리 일어섰는지를 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나는 바이든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그가 미국을 잘 이끌어갈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위대한 일을 이루어갈지는 더더욱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에게 위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2020년 11월 10일부터 지금까지 나도 틈만 나면 ‘공포의 해이가르’를 본다.

WHY ME?! WHY NOT?

그 안에 인생의 귀한 가르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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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중앙일보(2020. 11. 20) 기사 https://news.v.daum.net/v/20201110050149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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