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by 박은석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어느 해설가의 말처럼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수비에 임하는 9명의 선수 중에서 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중에서도 선발투수의 역할이 가장 막중하다.

9회까지 이어지는 경기 중에서 적어도 5회 이상 던져주어야 한다.

시속 140-150킬로미터를 넘나들며 100개 정도의 공을 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몸을 혹사하는 것이다.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다.

그 힘든 일을 견뎌낼 체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상대 타자들에게 위압을 줄 수 있을 만큼 공의 위력도 있어야 한다.

공의 속도와 회전을 조절하는 제구력도 뛰어나야 한다.

그와 함께 자신의 마음도 잘 조절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위기관리 능력이 빼어나야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5회 이상 던져서 승기를 잡으면 그 경기의 승리투수가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거의 대부분 선발투수를 비춘다.

야구는 선발투수가 지배한다.




대구가 근거지인 프로야구팀에 요즘 주목받는 젊은 투수가 있다.

인물도 말끔하게 괜찮은데 실력도 출중하다.

그가 선발투수로 등장하는 날에는 그 팀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의 아버지는 중학교 야구팀 감독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수로서 갖춰야 할 실력과 인품을 가르쳤다.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라는 게 아버지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렇게 잘 성장한 아들이 프로선수가 되었다.

그것도 모기업이 탄탄한 좋은 팀에 들어갔다.

이제 아들은 세상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이 경기에 나가는 날이면 산에 오른다고 한다.

이제는 아들에게 더 이상 야구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아버지는 산에 오른다.

그리고 산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내려온다고 한다.

야구는 선발투수가 지배하지만 선발투수를 지배하는 존재는 따로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 선수의 아버지와 종교는 다르지만 그분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란 똑같다.

내 새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능하면 세상의 안 좋은 것은 보지 못하게 막고 싶다.

꽃길만 걷게 만들고 싶다.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맘 상하지 말고 늘 건강하고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고 늙어서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기 관리도 하고 노후대책도 세운다.

하지만 인생이 꼭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을 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팔에 매달고 안고 업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닌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 더 이상 가르칠 것도 보여줄 곳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때에도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내 새끼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기도하는 어머니를 둔 자식은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신을 믿는지, 신을 믿는지 안 믿는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자식은 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는 부모를 본다.

기도하는 부모에게서 믿음, 소망, 사랑을 배우고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본다.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 또 그들도 자기들의 아이들을 갖게 될 것이다.

그때면 부모인 우리는 멀리 떠나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어린아이들이 자기 부모에게 물어보겠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어?”

그러면 우리의 아이들이 대답할 것이다.

“어. 할아버지 할머니는 말이야....”

그다음은 어떤 말이 이어지기를 원하는가?

잘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소개하겠는가?

많은 재산을 물려주신 분이라고 알려주기를 원하는가?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분이라고 얘기했으면 좋겠는가?

나는 이런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기도하던 분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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