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이다

by 박은석

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시구는 안다.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 첫 구절이다.

이 한 구절을 가지고 청춘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맑고 깨끗한 삶을 살자고 다짐도 하였다.


그런데 사실 윤동주보다 먼저 이 말을 한 사람은 맹자(孟子)이다.

하긴 이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은 숱하게 많을 텐데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게 맹자이다.

그의 이름을 딴 책 [맹자] 진심편(盡心篇)을 보면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맹자는 그중에서 두 번째 즐거움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을 굽어보아 부끄럽지 않은 것(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이라고 하였다.

맹자가 살아 활동했던 때로부터 무려 2,3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교훈은 유교를 숭상하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귀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맹자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게 태어난다는 성선설(性善說)을 믿은 인물이다.

착한 생각을 했던 걸 보면 그 역시 참 착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왜 사람이 선한가 하면 사람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는 네 가지 아름다운 마음(4단, 四端)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仁), 옳지 못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의로운 마음(義), 다른 사람에게 사양하는 예의를 갖추는 마음(禮),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로운 마음(智)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기에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4가지 마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을 일컬어 우스갯소리로 4가지가 없는 사람, 즉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싫어서 내 본성 4가지를 잘 간직하며 살고 싶다.




이 4가지 중에서 어진 마음, 예의를 갖추는 마음, 지혜로운 마음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오직 사람에게만 있다.

일부 동물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동물에게 부끄러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보고 있을 뿐이다.

동물이 자기가 잘못했다고 해서 용서를 구하는가?

부끄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동물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잘못한 일이나 의롭지 못한 일을 하면 부끄러워한다.

양심이 가만 두지를 않는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입술이 떨리고 말이 헛나온다.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부끄러움을 당하면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부끄러움을 씻으려고 한다.

부끄러운 상태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나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그 말씀 때문에 집 밖에서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부끄러운 짓을 행하면 곧바로 용서를 구하든지 아니면 어딘가 숨어야 했다.

부끄러운 일을 행하고서는 사람들 앞에 태연히 설 수가 없었다.


사람은 부끄러움을 가지고는 살 수가 없기에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있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

실수한 일이 있으면 반성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자어로 ‘염치(廉恥)’가 있어야 한다.

체면을 차릴 줄 알아야 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자신의 부끄러움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으며 무슨 일을 벌였는지 생각하지도 않는다.

염치없는 사람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사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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