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행복이 아닌가? 기적이 아닌가?

by 박은석


토요일 아침인데 일찍 눈이 떠졌다.

창 밖에서 들여다보는 햇살이 따가운 눈빛으로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아직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은 아이들을 바라보니 귀엽다.

아침을 먹을까 말까 하다가 모닝빵 몇 개 꺼내서 딸기잼에 치즈에 상추를 곁들여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하나를 먹으니 또 먹고 싶어서 두 개 세 개 먹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천상병 시인의 <행복>이 떠올라 시집을 꺼내 보았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 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행복을 생각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CCM인데 얼마 전에 젊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부른 동영상을 보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단순한 곡인데 반복되는 멜로디 때문에 처음 들어도 익숙해진다.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라는 부분에서는 ‘맞다, 맞아! 나도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마음이 솟구친다.

토요일 아침에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은 엄청난 행복이다.

내가 한 여인의 남편이 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우리 가족만이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잔병치레는 하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토요일 아침에 모닝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3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엄청난 행복이다.

당연한 게 아니라 기적이다.




기적이라는 말에 월트 휘트먼의 <기적>이란 시가 떠오른다.


“누가 기적이 특별한 것이라고 말하는가?

난 기적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한다.

맨해튼의 거리를 걷거나,

건물의 지붕을 넘어 하늘로 시선을 돌리거나,

해변을 춤추듯 출렁이는 물가를 따라서 느릿느릿 한가롭게 맨발로 걷거나,

숲 속 나무 아래 서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잠을 자거나,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 있거나,

반대편 차를 타고 앉아 있는 낯선 이들을 바라보거나...

봄날 새로 나온 달의 정교하고 미세한 곡선을 가만히 지켜보면,

이 모든 것이 내게는 한결같은 기적이요,

전체나 하나하나가 각기 나름대로 독특하기도 하다.

내게는 밝거나 어둡거나 모든 시간이 기적이요,

공간 구석구석이 기적이며,

사람이 살거나 살지 않거나 땅 위 모든 곳이 충만한 기적으로 덮여있고,

땅속 어디든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밖에 또 어떤 것이 기적인가?”




행복한 요소를 찾아보면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 여겨지고 불행한 요소를 찾아보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 여겨진다.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살아가는 일상이 다 기적이다.

만약에 어떤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이런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면 나는 아마 이런 삶의 언저리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은 팔불출이라고 놀렸을 수 있지만 그것을 행복으로 바꿔버린 천상병 시인.

별 것도 아닌 것을 기적이라고 노래한 월트 휘트먼.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더 원하는가?

이것이야 말로 행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라고 외쳤다.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더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도 행복해할 것 같지 않다.

오늘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기적으로 보지 못한다면 천지가 개벽한다고 해도 기적을 보지 못할 것이다.

행복? 기적?

이미 내가 누리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CCM 영상)

https://youtu.be/G4Pv0Fqx2Y8

이것이 행복이 아닌가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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