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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08. 2021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불현듯 마음에 안 좋은 생각이 몰려올 때가 있다.

‘식구들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 어떻게 하나?’

‘집에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일이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

와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지금은 괜찮은데 지금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지금보다 좋아지면 어떻게 하나?’

같은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확률은 반반이다.

지금보다 안 좋아지거나 지금보다 좋아지거나이다.

그런데 우리 생각은 주로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진다.

안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사라지고 대체할 수 있는 것조차 없을 때 안 좋아진 것이라고 한다.

헌 집 주고 새 집 받는 것은 두꺼비도 좋아한다.

하지만 있던 집 뺏기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면 안 좋아진 것이다.

건강이 약해져서 회복이 어려우면 안 좋아진 것이고, 일이 실패하여 돈을 잃고 사람을 잃으면 안 좋아진 것이다.




이렇게 안 좋아지는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옆에서 아무리 겁먹지 말라고 외쳐도 통하지 않는다.

남들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쓸데 있는 생각처럼 여겨진다.

안 좋은 생각이 들어오면 마음이 요동을 치고, 마음이 요동을 치니 몸도 쉽게 지친다.

몸이 지치니 삶이 힘들어지고 삶이 힘들면 마음은 더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안 좋은 것들의 악순환이 일어난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살펴보면 역시나 마음이 먼저이다.

모든 일은 마음에서부터 일어난다.

좋은 일도 마음에서부터이고 안 좋은 일도 마음에서부터이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지혜자들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교육을 통하여 마음을 다스렸고, 예술을 통하여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었으며, 철학을 통하여 마음을 단단히 훈련시켰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우리의 마음을 물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마음 상태가 좋은 물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찻잔 속의 물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찻잔이 예쁘고 멋있으니까 물도 예쁘고 멋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찻잔이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그 안에 담긴 물은 출렁거리며 밖으로 넘친다.

찻잔이 엎어지기라도 하면 그 안의 물은 다 쏟아져버린다.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충격은 순간이지만 그 한 번의 충격으로도 모든 물을 다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찻잔 속의 물을 꿈꾸는 사람은 언제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찻잔을 들고 가는 발걸음처럼 매사에 깨질세라 깨질세라 하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찻잔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물인데 찻잔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반면에 마음 상태가 바닷물과 같다면 어떨까?

바닷물은 멀리서 보면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늘 흔들린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때로는 집채보다 더 큰 파도가 되어 땅을 덮친다.

그럴 때는 정말 두렵다.

모든 것을 다 잃을 것만 같다.

하지만 바다가 물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

바닷물은 회귀본능이 있어서 땅으로 밀려왔어도 언제나 바다로 다시 돌아간다.

사라질 것 같고 잃어버릴 것 같고 약해질 것 같더라도 모두 다 바다로 돌아온다.

바다 안에 쌓인다.

좋아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 것도 바다 안에 들어오면 그냥 바다가 된다.

평안한 것도 두려운 것도 바다 안에 녹아버린다.


바닷물을 보호하려고 큰 찻잔을 만들 필요는 없다.

만들 수도 없다.

바다는 가만 두어도 엎질러지지 않는다.

깨지지도 않는다.

한계도 없다.

물이 모인 만큼 바다이고 물이 빠진 만큼 바다이다.

물이 곧 바다이다.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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