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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02. 2021

우리 집 보통사람의 아이폰 도전기가 시작되다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게 보통사람의 마음이다.

이것저것 다 구비하면 그런 마음이 없어질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동일한 용도로 사용하는 물건이라도 우열의 차이가 있다.

싸구려보다는 질 좋은 것으로 그보다 더 좋은 명품으로 마음이 옮긴다.

명품매장에서 한정품 할인행사를 한다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다.

명품을 얻은 다음에는 희귀품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언제쯤이면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까?

숨쉬기를 멈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때까지는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간혹 물욕을 버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질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의 히말라야산 밑에서 도를 닦는 구루들 중에는 아예 옷도 걸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식사도 최소량만 먹는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별난 사람이다.




우리 집은 보통사람 네 명이 산다.

그중에서도 아들은 어릴 때부터 끈질기고 집요하게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갔다.

하나를 좋아하면 그 시리즈를 장만했다.

타요자동차, 터닝메카드, 요괴워치, 쿠키런딱지, 보드게임 등 나이에 따라 품명도 달라졌다.

때로는 마트에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달려갔고, 중고거래가 성사되었을 때는 한밤중에도 구해왔다.


머리가 조금 커지면서 책읽기에 빠졌을 때는 얼마나 꼼꼼하게 체크했던지 책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기면 안 되었다.

WHO시리즈를 비롯해서 해리포터, 구스 범스 등 차곡차곡 모으더니 지난 2-3년간에는 웹툰에 빠져서 책장 가득 웹툰을 진열하려고 했다.

만화방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던 내가 이런 아들을 낳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랬던 아들이 장난감들과 보드게임을 하나씩 처분하고 해리포터, 구스 범스, 웹툰들도 당근마켓과 중고나라를 통해 팔아버렸다.




대단한 결심이고 이제 철이 드는가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들에게 새로운 물욕이 생겼다.

아이폰!

남자 중학생들의 로망이랄까?

이럴 줄 알고 1년 반 전에 아이폰으로 바꿔줬다.

그때는 자기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엄마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서 야단도 안 치고 새 핸드폰을 장만해준 거다.

그것도 아이폰으로 말이다.

물론 시즌이 좀 지난 구버전이었다.

하지만 그때 분명 자기가 좋다고 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면서 만족해했다.

친구들 중에도 아이폰을 갖고 있는 애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1년을 넘기더니 슬슬 세상을 넓게 보기 시작했는지 자기 아이폰은 구닥다리라고 한다.

그리고 최신형 아이폰을 검색하고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밤마다 자기 엄마에게 아이폰 얘기를 한다.

아껴 쓰고 용돈을 모아도 자기 힘으로 아이폰을 장만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아들도 안다.

그래도 끈질기게 노래를 부른다.




아이폰 얘기 그만하고 책이나 읽으라고 했더니 책장에서 제일 두꺼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들고 왔다 갔다 한다.

저 명품 책을 고르다니 대단한 놈이다.

그런데 40년 전 대 학자가 쓴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700페이지가 넘는데 독파할 수 있을까?

어렵겠지?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다.

“<코스모스> 다 읽으면 최신형 아이폰 사줄게.”

“정말이에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아들의 반응이었다.

옆에서 스프링처럼 튕기는 아내의 반응도 있었다.

“남편, 돈 있어?”


돈?

당연히 없다.

지금 당장은 없다.

그래도 이 광활한 우주에 점 하나만도 못한 작은 지구를 생각해본다면 최신형 아이폰값이 대수인가?

혹시 <코스모스>를 읽고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겠다며 열심히 공부할지 누가 알겠나?

그러지 않더라도 중학생이 저 책을 읽는다면 아이폰이 대수인가?

이제 우리 집 보통사람의 아이폰 도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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