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집 아침 까치이다

by 박은석


까치들의 째작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요즘 날이 더워서 창문을 열고 자는데 창문 밖에 있는 나무에 까치들이 모여든 것이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것을 보니 일어날 시간은 아닌 것 같았다.

휴대폰 자명종 소리도 아직 듣지 못했다.

겨우 실눈을 뜨고 시계를 봤더니 4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밖은 희끄무레 밝아오고 있었다.

이 시간을 아침이라고 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다.

아침이면 일어나야 하는데 몸은 더 눕고 싶다.


내 마음을 아는지 까치는 더 크게 소리를 친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던 것 같은데 남자 친구가 날아왔는지 두 마리인 것 같기도 하고 한 가족이 모였는지 네댓 마리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침에 까치 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지만 나는 까치가 영 반갑지 않았다.

자기들은 뭐가 좋아서 저렇게 재잘거리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 소리가 영 귀찮고 얄밉기까지 하였다.




‘노래를 부르든지 울든지, 아침에 해야지, 이 새벽에 내 방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속으로 야단을 쳤다.

애써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까치들이 더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도저히 잠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저 녀석들이 몇 시까지 까부나 보자 지켜봤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반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조용해졌다.


신기했다.

아침 7시가 되니까 까치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는지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그 대신 이번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소리, 자동차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게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러니까 까치들은 출근시간 한두 시간 전에 사람들을 깨우고 준비를 시킨 다음 오늘 반가운 사람 만나라고 격려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해 보니까 까치라는 고놈 참 괜찮은 놈일세!




하루를 지내면서 아침 시간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까치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많지 않다고 확실히 믿는다.

그렇게 믿으면 내가 대단한 행운아처럼 여겨지고 갑자기 기분도 좋아진다.

‘이런 게 낙이지 뭐 인생 별것 있겠어?’

저절로 흥이 난다.

나는 이런 것을 즐긴다.


사실 딸아이가 제 엄마한테 “아빠는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는 수다도 떨고, 몸이 찌뿌둥하면 춤도 추고, 기분 내키면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드라마나 유튜브를 보면서 흥겹게 사는데 아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들어도 구린내 나는 흘러간 노래나 클래식 같은 어려운 노래만 듣고, 제목만 봐도 지루할 것 같은 책들만 보고, 어디 놀러 가도 꼭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던 데만 골라서 가고, 매사에 너무 진지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중고서점에서 책을 몇 권 샀는데 아내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어휴! 이런 책 누가 사냐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샀네?”

내가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있으면 시끄러운 여자가 또 우리 집에 왔냐며 소리를 줄여버린다.

우리 식구들은 어쩌면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하나같이 재미없어할까?

아이들이 공부할 때 내가 좀 거들어주려고 “어 그건 말이야.”하고 말을 꺼내면 아이들은 아빠 강의 시작한다고 극구 사양한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꼭 까치가 된 것 같다.

나는 좋다고 재잘거리는데 식구들은 제발 잠 좀 더 자게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 나는 우리 식구들을 깨우는 아침의 까치다.

나의 즐거움은 빨리 일어나서 바깥을 보라고 식구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하지만 출근시간이 되면 아침 까치가 조용해지듯이 나도 머잖아 조용해질 것이다.

그때 우리 아이들은 정말 반가운 손님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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