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을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by 박은석


요 며칠 잇몸 통증이 있었다.

스케일링을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스케일링을 하고 나서부터 살짝 아프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빨을 둘러쌌던 것들을 벗겨내니까 그런 것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신경이 쓰인다.

왼쪽 웃니 어금니인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스케일링을 할 때 충치는 없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어지간하면 병원에 가는 것을 미루는데 이럴 때는 빨리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잇몸 깊숙한 곳에 염증이 있어서 그러리라 여겼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치과 의자에 누워 있는 나를 살펴보더니 의사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아, 이러면 좀 복잡해지는 거 아닌가?’

의사선생님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진료실 안의 공기의 흐름이 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의사선생님이 입을 여셨다.

“이빨을 빼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치료를 해도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픈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잇몸이 많이 내려앉아서 맨 끝에 있는 어금니의 뿌리가 드러났고 그 상태가 오래되다 보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원인은 치아 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치과에 가면 “양치질은 이렇게 하셔야 해요.”라면서 시범을 보여준다.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칫솔질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안 하고 옆으로 쓱싹거리면 치아에 흠집이 생긴다고 한다.

마치 ‘환자께서는 지금까지 칫솔질을 잘못하신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애써 못 들은 척 하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내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치약 광고에는 치약을 듬뿍 묻혀서 쓱싹쓱싹 옆으로 닦는 시늉을 했다.

당연히 양치질은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배우가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잘못된 양치질이란다.




잇몸 관리도 그렇다.

양치하면서 칫솔로 잇몸을 마사지하듯이 쓰다듬어주라고 한다.

그리고 양치를 제대로 안 하고 치아 관리를 정기적으로 안 받으면 치석이 쌓여서 나중에는 잇몸이 내려앉는다고 한다.

이런 중요한 거는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줘야지!


칫솔에 치약을 듬뿍 바르는 것만 보여주지 말고 광고 끝에다 한 줄이라도 써넣어주면 얼마나 좋아!

‘치약도 좋아야 하지만 제대로 된 양치질과 정기적인 치아 관리가 치아의 생명입니다.’

이런 정도의 안내 멘트만이라도 들어갔다면 나도 어렸을 때부터 치아 관리를 정말 잘 했을 것 같다.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 수돗물에 불소를 타자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약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생활 습관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안 된다.

치아가 약해지면 음식을 씹기가 힘들고 소화가 안 되고 건강이 안 좋아지고 일찍 죽는다.




지난 20세기를 거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은 엄청 높아졌다.

그 지대한 공을 끼친 것이 치과 의술의 발전이다.

치아 관리를 잘 받고 음식을 잘 섭취하니 건강하고 오래 살게 되었다.

당연하다.

곡기를 끊으면 죽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잘 먹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내 어금니를 빼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이 양반이?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하지?’

나는 안 된다고 했다.

일단 치료를 하고 나중에 다시 보자고 했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왔는데 저녁 내내 통증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치과에 갈 때보다 오고 나서 더 아프다.

‘치료하느라 아픈 부위를 건드렸으니까 그럴 거야!’ 생각은 하면서도

‘의사선생님이 이빨을 빼려고 일부러 더 아프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었다.

통증이 올라올 때마다 아내에게 “이빨 빼버릴 걸 그랬나?”라는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아프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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