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믿으시나요? 나는 안 믿어요!

by 박은석


더러운 꿈을 꿨다.

똥 꿈이었다.

보통은 꿈을 꾸고 나서도 깨어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가끔은 이렇게 기억이 나는 꿈들이 있다.

프로이트는 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서 잠잘 때 머리맡에 필기구를 준비하고 잠에서 깨자마자 꿈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나는 도통 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내 아내는 매일 꿈을 꾸고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그런 아내가 신기하고 아내는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나에게도 잠에서 깨기 싫을 만큼 즐거운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겨 가위눌리는 무서운 꿈도 꾼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꿈을 믿지 않고 무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내가 꿈을 믿었다면 간밤에 꾼 꿈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꿈들을 기억의 창고에 보관했을 것이다.




물론 꿈이 나의 내면의 소리라는 사실을 잘 안다.

이미 심리학자들이 숱한 실험으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어떤 징조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꿈을 해석한 대로 믿은 대로 실제로 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위인전을 보면 보통 태몽 이야기부터 한다.

우리나라 위인의 경우는 예외가 거의 없다.

인정한다.


내가 꿈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꿈의 해석에 대한 심리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꿈의 징조들을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믿는 기독교 신앙에서도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요셉과 마리아의 꿈 이야기와 맞물려 전개된다.

그런 것들이 꿈이니까 안 믿겠다고 무시한다면 내 신앙의 근간도 다 무너질 것이다.

내가 꿈을 믿지 않는다는 하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의 삶에 크게 연관시키지 않겠다고 하는 나의 의지이다.




만약에 정말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시려고 꿈을 꾸게 하셨다면 나는 하나님께서 또 다른 방법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게끔 알려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알려주시려고 하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친절한 행동인데 그렇게 친절하신 분이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방법으로 알려주실 수 있지 않겠는가?

꼭 해석하기도 어려운 애매모호한 꿈의 방법으로 알려주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의 신앙 방식이다.

그래서 좀 과격하게 꿈을 믿지 말라고 한다.


내가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아버지가 간밤에 좋은 꿈을 꿨다고 하시면서 우리 형제들을 다 불러 모으시고 열심히 기도하라고 하셨다.

그 좋은 꿈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으셨다.

연신 희희낙락하시면서 좋아하기만 하셨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품에서 종이 3장을 꺼내셨다.

복권이었다.

정말 열심히 기도했다.

셋 다 꽝이었다.

500원짜리도 안 됐다.




그 일 이후로 ‘좋은 꿈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다.

그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내 마음에 꿈을 믿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를 넓혀갔다.

꿈에 의해 나의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더니 주위에서 태몽이 뭐냐고 물어왔었다.

그런 거 없다고 했다.

모른다고 했다.

태몽에 내 아이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꾸기나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랬더니 우리를 잘 아시는 분이 당신께서 대신 태몽을 꿨다고 전해오셨다.

그 말을 듣고 그냥 웃었다.


오늘도 세상 많은 사람들이 간밤에 꾼 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돈을 들여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대로 살라고 하고 나는 여전히 꿈을 흘려보낸다.

똥 꿈을 꿨으니까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런 거 안 믿는다.

매일매일 좋은 날을 살고 있는데 똥 꿈을 꿔서 괜히 기분이 더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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