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by 박은석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던 시골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는 몸이 아플 때가 참 많았다.

감기는 달고 살았고 배탈도 많이 났다.

동네에는 아픈 사람을 위한 시설이 없었다.

아프면 아픈 대로 그 밤을 지나야만 되었다.

열이 펄펄 나는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워할 때, 그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머리맡에서 기도를 드리던 어머니가 계셨다.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내가 아플 때,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한밤중에 집으로 가다가 깡패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고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지만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쓰러져버린 나를 바라보면서 어머니는 아무런 말씀도 못하셨다.

단지 그 큰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리시면서 평안한 마음을 달라고 쫑알쫑알 기도하셨다.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내가 놀라고 당황할 때, 나에게 평안하라고 가슴을 쓰다듬어 주셨다.




고등학교 첫 시험을 치른 후 상상을 초월하는 성적표를 들고 집에 갔다.

성적표를 보여드리며 엉엉 울어댔다.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표는 들여다보지도 않으셨다.

속상해하는 아들을 달래시며 다음에 잘 보면 되지 않냐며 격려해주기만 하셨다.

그런데 고등학교 첫 시험 점수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나중에는 그 점수를 받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내 신앙의 점수가 떨어졌을 때, “잠깐 쉬었다가 가자!” 하고 말씀해 주셨다.




하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심하게 다투신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의 생각에도 아버지가 잘못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일그러진 모습과 큰소리는 너무도 무서웠다.

그날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커서 절대로 싸우지 말아야지!”

그러나 다툼이 있었던 그 밤에도 어머니는 아버지와 한 이불을 덮고 주무셨다.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내가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다툼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랑 표현에 매우 서투르셨다.

6남매를 키우시며 눈치 보시느라 서로의 감정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보다 더 깊은 사랑을 나누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떻게 사느냐며 빨리 재혼하라는 이모부의 농담에 어머니는 아버지 같은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다며 딱 잘라 말씀하셨다.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나에게 세상에 너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며, 오직 나에게만 집중해주셨다.




한때는 어머니가 원더우먼 사촌쯤 되는 줄 알았다.

마당에 뱀이 나와서 우리가 기겁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단숨에 달려오셔서 맨 손으로 그 뱀의 모가지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셨다.

어머니가 원래 용감하고 힘이 세신 것은 아니었다.

연약한 여성이었고 무서움도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서는 늘 슈퍼우먼이셨다.

어머니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도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언제든지 달려오셔서 물불 안 가리고 나를 건져주셨다.




나는 어머니에게 한없이 무뚝뚝했는데 어머니는 나에게 한없이 살갑게 대하셨다.

숨바꼭질하듯이 나는 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어머니는 내 곁에 오셔서 숨어 있는 나를 찾아내신다.

내가 좋다고 계속 따라오신다.

어머니는 하나님과 너무 많이 닮았다.

하나님이 어머니에게 하나님의 모습을 숨겨놓으신 것 같다.

자식인 내가 조금씩 발견해갈 수 있도록 아주 꼭꼭 숨겨놓으신 것 같다.

아마 어머니도 당신 속에 하나님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하셨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이 어머니 속에 숨겨 놓은 비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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