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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취하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by
박은석
Nov 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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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아이들이 듣기에는 좀 지루할 만도 하지만 중년의 사람들에게는 가끔씩 흥얼거려지는 노래들이 있다.
70년대 8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이 그렇다.
통기타와 하모니카, 청바지에 장발로 그려지는 그 시절의 음악들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을 많이 부각시킨다.
그만큼 인생의 의미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가사나 선율에 잘 묻어 나 있다.
그 가사들을 베껴 쓰면서 연인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낸 이들도 많았다.
그 시절의 가수 중에 포크송 듀엣 ‘시인과 촌장’이 있었다.
두 명의 가수가 통기타를 들고 나와서 아름다운 화음이 어우러진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다.
그중의 대표가 하덕규 씨인데 그는 ‘가시나무’, ‘사랑일기’, ‘풍경’ 등의 노래들을 불렀다.
양희은이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한계령’이란 곡을 작사 작곡하기도 하였다.
그 많은 노래 중에 <풍경>이란 짧은 곡이 있는데 들을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이렇게 시작하고 끝을 맺는 곡이다.
반복되는 가사들이 그렇듯이 이 노래도 중독성이 강하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이 특히 그렇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그다음에는 가을이 오는 것처럼 모든 것들이 질서를 지키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아침에 웃으며 집을 나선 가족이 저녁에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녀왔어요.”라고 외치던 매일 반복되던 그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이다.
일상은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렇게 믿으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 풍경은 기억 속에 넣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일상이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반드시!
평생 나를 품어줄 것 같았던 직장에서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눈치를 줄 때가 있다.
탄탄했던 사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때, 건강했던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을 때,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
그런 때가 되면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낯 설은 새로운 삶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이게 생시인지 꿈인지 가늠이 안 된다.
그런 때를 맞이하게 되면 우리의 소원은 매우 단순해진다.
남들이 볼 때는 아주 사소한 것인데 우리에게는 그게 전부가 된다.
바로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처럼 지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소원의 전부이다.
그러면 마음껏 사랑을 고백하고, 용서를 베풀고, 큰 욕심부리지 않고 알콩달콩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정말 행복했던 때였음을 깨닫게 된다.
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이다.
평상시에 이런 말들을 왜 그렇게 못 했는지 후회한다고 한다.
다른 일에 바빴기 때문이다.
고백하고 났을 때의 어색한 감정 때문이었다.
괜히 약하게 보일 것 같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류시화 시인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였다.
핑계대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도 기회도 넉넉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했다.
마음 한 편에 조금 지나면 곧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착각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기적이다.
그런 기적 같은 풍경을 꿈꾸는 것보다 직접 그 꿈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을 오늘 만들어보자.
++시인과 촌장의 <풍경>
https://youtu.be/3O4zH3UJY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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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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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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