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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4. 2021

다음에 읽을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소개받았다


학교 선생 하고 있는 친구가 얼마 전에 자기 반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좋은 책을 좀 추천해달라고 하였다.

이런 부탁을 받으면 참 난감하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일단은 고전문학은 다 좋은데 애들은 고전문학을 읽기 싫어한다.

인류의 지혜가 담긴 경전 같은 것은 어떨까?

성경이나, 논어, 금강경, 바가밧드기타 같은 책은?

아마 절대로 안 읽을 것이다.

두께가 가벼운 시집은?

감수성이 좀 있는 애들은 읽겠지만 시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저것 빼고 더하다가 보니 얼추 몇 권 추려졌다.

분야도 적당하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소설, 수필, 시, 자기계발서, 교양인문학 서적 등을 골고루 섞어서 보내주었다.

읽거나 말거나 그건 이제 그네들의 몫이고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

누군가 나에게도 이렇게 꼭 읽어보라고 책을 추천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책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엄청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는 목차와 머리말을 보고서 책을 고른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책을 고르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마음 내키는 대로 눈에 꽂히는 책을 주로 읽는다.

1년 200권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읽는 책의 분야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일단은 쉽게 읽히는 책들 위주였다.

그러다가 점차 독서의 분야가 다양해졌다.

괜찮은 작가라고 여겨지면 그 작가의 책들은 보이는 대로 다 읽어버리기도 했다.

파울로 코엘료, 무라카미 하루키, 황석영, 조정래, 박경리, 박완서 선생의 글들이 그랬다.

물론 내 눈에 안 보인 책들은 아직도 못 읽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을 한다.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누군가 책을 추천해주면 참 좋다.




얼마 전에 브런치 작가 중의 한 분이 일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책을 소개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한 권도 안 읽었었다.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일 것이다.

그중에 나는 이쪽 편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 유명한 <냉정과 열정 사이>도 안 읽었다.

영화로 나왔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봤다.

이상하게 나에게는 일본 작가에 대한 뭔지 모를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읽기는 읽는다.

하루키도 읽었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도 여러 권 읽었다.

목사님들이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꼬의 책들은 <빙점>을 비롯하여 <총구>, <양치는 언덕> 등 거의 대부분을 읽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일본 작가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러지도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오기가 좀 발동했다.

이번 기회에 또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번엔 에쿠니 가오리이다.




지난 3일 동안 탐닉하다 싶을 정도로 훑어갔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에서는 작가의 일상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Rosso)>, <도쿄타워>, <낙하하는 저녁>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툭 던져준 것만 같았다.

물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나에게는 어색하고 거북하게 보였다.

그런 건 감안해야 한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80억 명쯤은 될 테니까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요란한 사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조용히 다가와 온통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깊은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람은 사랑 안에 있을 때만 존재가치가 빛난다.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단다.”는 말처럼 사랑 안에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속에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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