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오던 친구가 너무 화가 나서 “너 때문에 이 고생이잖아!” 하면서 뺨을 한 대 때렸다.
뺨을 얻어맞은 친구는 자신이 일부러 잘못 인도한 것도 아닌데 자신만 탓하는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자기가 결정을 한 것이었고 그 결과 친구까지 고생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분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스리려고 모래 위에다가 “오늘 친구가 내 뺨을 때렸다.”라고 적어놓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 친구는 뺨을 때린 것이 미안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친구는 잃어버린 길을 찾았다.
거대한 오아시스도 발견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둘은 함성을 지르며 오아시스에 달려들었다.
그동안 너무 목이 말랐기에 두 사람은 물가에서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오는가 싶었던 때에 성격 급한 그 친구가 물에 첨벙 뛰어들었다.
딴에는 땀에 절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오아시스는 겉에서 보기보다 매우 깊었다.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그 친구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들었다.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친구를 보자 물가에 있던 친구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자신도 수영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물에 빠진 친구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끌고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너무 지쳐서 한동안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후에 그 성격 급했던 친구가 옆에 있는 큰 바위에 돌로 글을 새기기 시작했다.
돌에 글을 새기는 것이어서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그가 새긴 글은 “오늘 친구가 나를 물에서 구해주었다.”라는 글귀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친구는 궁금했다.
전에는 모래 위에다가 글을 쓰더니 오늘은 바위에다가 글을 새긴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글을 쓴 친구가 수줍어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모래 위에다 글을 쓴 이유는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서운했기 때문이라네.
그런 마음은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작은 바람에도 쉽게 지워지기를 바라서였지.
당장은 섭섭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자네를 예전처럼 좋은 친구로서 계속 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네.
그런데 오늘 자네가 나를 구해준 일은 너무 고맙고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이었다네.
이런 마음은 바람이 불어도 지워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랐다네.
자네의 희생과 사랑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에 바위에다가 새긴 것이었다네.
자네는 정말 좋은 친구라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머쓱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친구를 바라만 볼뿐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어떤 여행을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길을 잃어서 헤맨 날도 많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을 행한 적도 많았다.
세상이 원망스럽고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서 만만한 대상을 찾아 분풀이한 일도 많았다.
잊어버려도 되는 것은 빨리 잊어버려야 하는데 잊어버려도 되는 그 사소한 것을 바위에다가 정성껏 새기고 있었다.
기억해야 하는 소중한 것은 오래도록 간직해야 하는데 기억해야 하는 그 중요한 것을 모래 위에다가 쓰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지워지고 말 텐데 그 생각도 못했다.
혼자서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었는데 친구가 있었기에 갈 수 있었다.
내 곁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
가족, 동료, 그리고 사람들,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좋은 친구였다.
좋은 동행자였다.
바위에다가 새겨넣을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들 때문에 오늘까지 잘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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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제 브런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해진 양식에 맞춰서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는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바위에다가, 아니 제 가슴에다가 새겨넣을 귀한 분들입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