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가슴 벅찬 오늘 하루
나의 성탄절은 어떤 날일까?
by
박은석
Dec 25. 2021
아래로
메리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서 식구들에게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듯 짧게 인사를 했다.
성탄절의 풍경 중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대감 섞인 흥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올지 모르니까 일찍 잠을 자야 한다던 시절이 지나버렸다.
엄마아빠 말을 안 들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준다는 엄포는 인제 통하지도 않는다.
머리맡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 쪽지를 놓지도 않는다.
우리 집에 찾아오던 산타 할아버지는 이미 은퇴했다.
그와 함께 가슴 설레는 기분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이 되면 그냥 기분이 좋다.
이 날에는 뭔가 좋은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을 착하게 먹어야 할 것 같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탄절은 단순히 12월 25일이 아닌 뭔가 특별한 날로 다가온다.
찰스 디킨즈의 성탄절은 굳은 얼굴을 웃음 짓게 하고 움켜쥔 손을 펴게 하는 시간이었나 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나 혼자만 세상을 살아갈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간으로 삼고자 했던 것 같다.
구두쇠 영감이었던 스쿠르지 할아버지조차 그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날이 바로 디킨즈의 성탄절이었다.
오 헨리의 성탄절은 사랑 가득한 선물의 날로 기억되었나 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장만하려고 남편은 자기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머리핀을 샀고 아내는 자기 머리카락을 팔아서 남편의 시곗줄을 구입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박자가 맞지 않아 당장은 쓸모없는 선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 귀한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성탄절은 이 세상에 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날이었다.
푸치니의 성탄절은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만나 사랑을 꿈꾸는 날이었나 보다.
가난한 시인 로돌프가 미미라는 아가씨를 만나 사랑의 열쇠를 숨겨버린 날이었다.
이제 미미는 로돌프에게 묶였고 로돌프는 미미에게 묶여버렸다.
헤어진 여인 무제타를 다시 만난 화가 마르첼로가 사랑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날이기도 했다.
더 이상은 헤어지지 않으리라고 진한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우리 시인 김종길의 성탄절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냐는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날이었나 보다.
어렸을 적 펄펄 열이 끓어오른 날 산수유 열매를 먹고 싶다고 헛소리를 했나 보다.
눈 쌓인 겨울에 산수유 열매가 어디 있겠냐고 했겠지만 아버지는 산 넘고 물을 건너서 산수유 열매를 따 오셨다.
이제 내가 그때의 아버지 나이만큼 되었는데 나도 자식에게 산수유 빨간 열매를 따올 수 있을까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었다.
내 아들은 성탄절이 되었으니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봐야겠다고 했다.
딸은 <응답하라1994>를 정주행하면서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아내는 성탄절에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각자 성탄절을 지내는 모습은 다르지만 성탄은 모두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날인 것은 확실하다.
일 년 내내 성탄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어린아이도 있고, 일 년에 한 번은 교회에 간다며 성탄절에 교회에 가는 어른도 있다.
우리 교회의 청년들은 성탄절이 되면 겨울을 힘들게 보내는 분들에게 연탄을 날라주고 근처 병원의 어린이 병동에 가서 성탄 축하 공연을 펼쳐주고 온다.
카톡 단체방에는 성탄 축하 메시지가 톡톡톡 뜬다.
다들 성탄절을 의미 있게 보내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만 성탄절에 별 계획 없이 지내는 것 같다.
마음이 무디어진 것인지 게을러진 것인지 나의 성탄절은 덤덤하다.
keyword
크리스마스
성탄절
감성에세이
44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팔로워
599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잊을 것은 잊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자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