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나의 경주를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

by 박은석


출발선에 선 선수들은 누구나 마음이 비장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남들보다 더 빨리 뛰고 싶어 한다.

준비 단계에서 총소리가 나기도 전에 뛰쳐나가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탕!’하는 총소리가 나자마자 뛰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피치를 올리는 선수도 있고 천천히 보폭과 심장 박동을 맞추는 선수도 있다.

뛰는 종목에 따라서 선수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먼저 뛰어나갔다고 해서 먼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마라톤처럼 긴 시간 동안 달려야 하는 경기에서는 끝까지 가 봐야 안다.

처음 몇 킬로미터 동안 선두권에서 달리던 선수가 중간 이후에는 뒤로 처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처음에는 1등으로 달렸는데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해서 중간에 기권하는 선수들도 많다.

좋은 기록을 내려면 일단은 끝까지 뛰어야 한다.

도중에 그만두면 기록을 인정받지 못한다.




흔히 인생을 달리기 경주로 비유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달리는 인생 경기이다.

그 사이에 한 해 한 해 그때에 맞는 경주가 섞여 있다.

장거리 달리기 속에 단거리 달리기가 들어 있는 혼합 경기이다.

단순한 하나의 경기에도 여러 가지 전략을 써야 하는데 복잡한 경기에서는 더 많은 전략을 써야 한다.

때로는 빨리 달려야 하고 때로는 천천히 달리기도 해야 한다.

상황에 맞춰 자신의 보폭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숨이 차서 쓰러지면 안 되기에 호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남들보다 앞에서 뛰면 정면에서 맞바람을 맞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든다.

앞사람 뒤에서 뛰면 공기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힘이 덜 든다.

그렇지만 끝까지 앞에 사람을 두고 뛸 수는 없다.

1등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앞사람을 제치고 나서야 한다.

내가 맨 앞에서 온몸으로 맞바람을 맞으면서 뛰어야 할 때가 온다.

인생 경주가 그렇다.




전에는 내 앞에 아버지가 뛰고 있었고 어머니도 뛰고 있었다.

그 앞에도 또 누군가 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내가 맨 앞에서 뛰고 있다.

내 뒤에는 우리 아이들이 뛰고 있다.

당분간은 내가 1등으로 뛰어야 한다.

힘들더라도 맞바람은 내가 맞고 내 뒤에 오는 이들에게는 편안하게 뛰게 해야 한다.

나 혼자 전력질주로 앞서나간다고 해서 잘 뛰었다고 하는 경주가 아니다.

이 경주는 개인전인 것 같지만 팀이 함께 뛰는 단체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함께 뛰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이 경주는 얼마나 빨리 뛰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경주는 끝이 있는 것 같지만 끝이 없는 경주이기 때문이다.

개인전으로서는 끝이 있는 경주이다.

하지만 단체전으로서는 끝이 없는 경주이다.

나의 달리기 구간이 끝이 나면 나는 뒤로 물러가고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앞으로 나와서 계속 달리는 경주이다.




내가 빨리 끝내버리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준비할 겨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천천히 뛰기만 하면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이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울 수가 없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키울 때처럼 때로는 어미가 사냥한 고기를 먹게 하고 때로는 새끼들이 직접 사냥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천천히 뛰고 때로는 빨리 뛰면서 나에게 주어진 코스를 끝까지 달려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하긴 나도 내 코스가 어디까지인지 또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끝에 다다를 때쯤 되어야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는 묵묵히 나의 경주를 달려야 한다.

가끔 오버페이스를 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너무 천천히 뛰다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실패한 게 아니다.

그것들도 다 달리는 과정이다.

이제 2022년이라는 코스에 접어들었다.

때론 빨리 때론 천천히 이 코스를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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