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는 어떻게 살까 생각하다가 에픽테투스를 떠올렸다.
노예로 성장했지만 스토아학파의 거장이 된 철학자.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졌어도 가르침의 달리기를 쉬지 않았던 사람.
로마에서 추방당했지만 사상의 날개로 세계를 누빈 이.
책 한 권 쓰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로 하여금 받아 적게 만든 학자.
그를 간략하게 이 정도로 소개하면 될까?
에픽테토스를 소개하려면 글 몇 줄로는 불가능하다.
그가 살았던 날의 깊이와 넓이를 고작 몇 문장으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는 잊을만하면 떠오르고 생각하다 보면 더 깊이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새해 들어 새로운 다짐을 하려는데 불현듯 에픽테토스가 떠오르는 것은 그의 가르침 한 줄 한 줄이 나의 다짐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새해의 다짐을 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상황을 맞이한다.
내 앞에는 언제나 두 갈래, 세 갈래,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고 나는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걸어가야 한다.
이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결정해야 한다.
설령 옴짝달싹 못하게 나를 묶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을 묶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과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망할 수도 있고 몸 관리를 잘했는데 아플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그것들은 내 선택 밖의 일이다.
내가 재주가 좋아서 이리저리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올 한 해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겠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다르다.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고기를 먼저 먹고 어떤 사람은 야채를 먼저 먹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고기를 먹는데 왜 나는 야채를 먹어야 하느냐고 투덜거릴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식사를 하면 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는 순간 내가 못난 사람이 된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왕후장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 승리를 얻은 사람은 없다.
비교하면 나는 항상 패배자가 된다.
비교는 나에게 부족한 것만 보게 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는 내 삶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살겠다.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극이며 우리는 각자 독특한 내용을 지닌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내 인생연극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내 친구의 인생연극에서는 내가 주변인물이다.
배우가 맡은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배역을 자신과 동일시해야 한다.
슬픈 상황에서는 실컷 울고 기쁜 장면에서는 신나게 웃어야 한다.
드라마틱한 극일수록 등장인물들이 겪는 우여곡절이 많다.
내가 지금 사연 많은 연기를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재밌고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극을 하고 있다고 여기면 된다.
밋밋한 장면만 나오는 연극은 재미가 없다.
내가 대감마님의 배역이라면 최고의 대감마님이 되어야 하고 마당쇠의 배역이라면 최고의 마당쇠가 되어야 한다.
올 한 해는 나에게 맡겨진 배역에 충실하여 멋진 인생연극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