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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by
박은석
Feb 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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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라는 영화가 있다.
빡빡머리 율 브리너가 태국의 옛 나라인 Siam이라는 나라의 왕으로 등장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데보라 카가 Siam의 왕자와 공주를 위한 가정교사로 등장한다.
Siam의 왕은 자기 나라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의 나라들을 하나씩 침략하는 현실을 보면서 Siam이 세상의 중심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기 자녀들에게만큼은 세상을 제대로 보게 하려고 외국인 가정교사를 둔 것이다.
세상의 중심을 빼앗겨 버린 왕의 모습이 처연하게 여겨진다.
세상을 잃은 왕은 희망도 잃고 건강도 잃고 목숨도 잃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세상의 중심이 어디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지구는 둥근데 가로로 선을 그어서 딱 반으로 나누어지는 곳이 세상의 중심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적도의 선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어디가 세상의 중심이라 해야 할까?
중국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보면 지도의 한가운데에 중국 땅이 그려져 있다.
마치 세상의 중심이 중국이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지도를 보면 대한민국 땅이 지도의 가운데에 있다.
중국 땅에서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삼천리강산이 세상의 중심이다.
우리나라 삼천리강산의 중심은 또 어디일까?
뭐니 뭐니 해도 서울일까?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서울이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제주도에서 살던 때에는 서울을 신경 쓰지 않았다.
서울에서 무슨 큰일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나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만약 서울이 중심이었다면 서울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우리 집이 휘청거리고 내가 당황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는 서울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보면 다 자기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내 꺼” 저것도 “내 꺼” ‘내 꺼’가 입에 붙었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기를 보낼 때 나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말을 참 좋아했다.
그때는 내가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줄 알았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다.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의 중심은 땅덩어리가 큰 나라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도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곳에 있다.
나의 생각이 머무는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항상 눈여겨보는 곳, 귀를 기울이는 곳, 내 마음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다.
그곳 사정이 좋아지면 세상이 밝아지고 그곳 사정이 안 좋아지면 세상이 캄캄해진다.
그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정세훈 선생은 <몸의 중심>이란 시를 통해서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일깨워주었다.
“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나는 이 시를 읊을 때 ‘아픈 곳’을 1초에 한 글자씩 띄어서 읽는다.
“아, 픈, 곳!”
그러면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이 세상의 중심은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삐까번쩍 화려하고 기세등등 힘이 넘치는 곳이 아니다.
아픈 곳, 그곳이 무너지면 세상도 금세 무너진다.
이 사실을 아셨는지 이어령 선생 <마지막 수업> 글 한 편을 지어주셨다.
“발톱 깎다가 눈물 한 방울.
너 거기 있었구나,
멍든 새끼발가락!”
세상의 중심은 자랑할 곳이 아니다.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될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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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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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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