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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사람이 사랑이다 사람 안에 사랑이 있다
by
박은석
Feb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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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밤 퇴근시간이었다.
간식이나 사서 가려고 떡볶이집에 도착해보니 웬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뭐라고 혼잣말을 하시는 것 같던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떡볶이를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무슨 말씀인가 해서 다시 눈을 마주치니까 나에게 떡볶이 하나만 사달라고 하셨다.
아! 이럴 때는 기분이 굉장히 복잡해진다.
그냥 그 자리를 피했다.
오늘은 간식 없다고 생각하면서.
열 발자국쯤 갔을까?
괜히 그 할머니 때문에 내 마음이 속상해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서 떡볶이집 사장님에게 할머니에게 떡볶이 1인분 주시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 가져갈 먹거리도 주문했다.
사장님이 나를 한 번 보고 씽긋 웃으시더니 튀김 몇 개 더 준다고 했다.
괜찮다고 하니까 콜라 한 캔을 넣어주셨다.
돈 천 원 적선하고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말도 듣고 사장님에게 서비스도 받았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불과 5분 사이에 일어난 마음의 변화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살짝 베풀었더니 이렇게 달라졌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일까?
맹자가 사람이라면 마땅히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나에게도 그런 게 있다.
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떡볶이집 사장님에게도 있었다.
그 마음이 나에게는 할머니의 떡볶이를 대신 계산해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떡볶이집 사장님에게는 나에게 뭐 하나라도 더 얹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에게는...
팔순이 넘으셨을 것 같은데 아들 뻘밖에 안 되는 나에게 연신 “고마워요”하면서 존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각각 달랐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다 사랑의 마음이 있었고 사랑의 표현이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아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독특한 실험을 하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 원숭이를 엄마에게서 떨어뜨리고 실험실에 가두어 놓았다.
그 실험실에는 원숭이 모양을 한 인형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철사로 만든 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철사로 만든 인형에게는 우유병이 있었고 천으로 만든 인형에게는 우유병이 없었다.
당연히 아기 원숭이들이 우유병이 있는 철사 인형과 많은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원숭이들은 우유를 먹을 때만 철사 인형에게로 갔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줄곧 천으로 만든 인형과 함께 있었다.
그 인형을 엄마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껴안고 있었다.
무서운 분위기가 들면 더욱더 인형에게 안겨들었다.
할로우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서 원숭이에게 있는 아주 중요한 것을 하나 알게 되었다.
할로우 박사가 발견한 사실이 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원숭이는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숭이도 누군가로부터 따스한 온기와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원숭이가 이런데 사람인들 오죽할까?
사람은 태생부터가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사랑이 있어야 사람이 만들어지고 사랑이 있어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서 평생 사랑을 주고받다가 사랑을 남기고 떠난다.
사람의 다른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행할 수 있다.
기쁜 일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슬픈 일을 보면 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보면 사랑이 나온다.
사람이 사랑이고 사람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문득 사랑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은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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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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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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