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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1년 200권 책읽기 운동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다
by
박은석
Feb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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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도 방금 읽은 내용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때가 있다.
분명히 책장을 한 페이지 넘겼는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어보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글자의 나열을 대한 것 같다.
이럴 때는 정말 기분이 나쁘다.
괜히 시간만 허비한 것 같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었으면 훨씬 나았겠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한 권에서 이만큼 얻는 게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얻지 못하면 손해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을 때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이럴 때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책읽기에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기억도 나지 않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큰 줄거리가 잡힐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불현듯 오늘 읽은 내용이 이해될 수도 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19세기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가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경제, 철학, 정치, 여성 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서 굉장한 영향을 끼친 사람인데 그의 독서법도 꽤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자신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독서훈련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의 독서법은 매우 단순하다.
글을 어느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고전을 읽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해석한다면 대여섯 살이 되면 성경이나 논어, 맹자를 읽으라는 것이다.
대뜸 어린아이가 그걸 어떻게 이해하냐고 되묻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밀은 단호하다.
이해하든 못하든 그냥 읽게 하라는 것이다.
책걸이한다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번 읽었으면 다시 또 읽되 이번에는 소리를 내면서 읽으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아예 그 책을 베껴 쓰라고까지 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든지 아니면 통째로든지 공책에 적어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니까 고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두 번 읽고 세 번 읽는 사이에 지식의 파편들이 모이고 쌓여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알게 되고 줄거리를 알게 되면 더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게 된다.
관건은 얼마나 끈질기게 읽느냐에 있다.
가끔 텔레비전 같은 데서 역사 이야기를 막힘없이 줄줄 풀어가는 어린아이를 보기도 한다.
옆에서 감탄사를 쏟아내며 신기해한다.
어떻게 그런 지식을 쌓을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단순하다.
읽고 또 읽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해하면서 읽은 것이 아니라 읽다 보니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로 독서지도를 하였다.
사서삼경 같은 딱딱한 경전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읽고 또 읽고 백번 정도 읽으면 책 속에서 뜻이 마구마구 튀어나오는 경험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어디 책 읽는 것만 그런가?
운동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무의미한 동작 같지만 그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까 근육이 붙고 기술이 숙달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악기를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노력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지은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책 제목이라도 한 번 들어봤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시간 아까운 것으로 따지자면 책 읽는 것보다 우리 일상생활이 더 아깝다.
매일매일 스물네 시간을 쓰는데 별 다른 소득 없이 어제가 그제처럼, 오늘이 어제처럼 지낸 날이 얼마나 많았는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서 오늘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이다.
잃은 게 많은 것 같지만 얻은 게 더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
책읽기도 그와 같다.
읽기만 하면 무조건 얻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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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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