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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4. 2022

우리는 매일 기적 속에 살아가고 있다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Donella Medows) 박사는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칼럼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이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편집되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책의 내용을 보면 100명이 사는 세계마을에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이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두 명에 불과하다.

25명은 집이 없고, 한 명은 굶어 죽기 직전이며, 20명은 영양부족 상태이다.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있고 집안에 동전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100명 중 8명뿐이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100명 중에 고작 7명이다.

이 통계를 내 삶에 적용해보면 교육받은 면으로는 세계 1% 안에 들어 있고 재산 소유의 측면에서는 10% 안에 들어 있다.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도 최상위권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부지런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는 하루 10리 길을 걸어가야만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다.

그 마을의 여자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긷기 위해서 네댓 시간은 걸어야 한다.

물이 없으면 식구들이 밥을 먹을 수가 없으니까 반드시 물을 길어와야 한다.

물만 긷고 왔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땔감을 구해와야 하고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도 해야 한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보다 당장 살아가는 게 더 급하다.

그들은 정말 부지런히 지낸다.

하지만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아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길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철철 쏟아져 나온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다가 학교 갈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도 자동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일상이고 당연한 일인데 누군가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특별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만큼 얻었고 누리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낯부끄럽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노력할수록 빼앗기는 것만 많았다.

해방 후에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이 우리를 살렸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을 본받아 새마을운동을 벌인 나라들치고 우리처럼 살아난 나라는 없다.

우리 국민성이 좋아서 이렇게 잘살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어떤 때는 우리 국민성이 냄비 같다느니 당쟁만 일삼는다느니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민족이라며 험담을 한다.

아무래도 답을 찾을 수 없어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건 기적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두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자신의 소유가 적다고 하는 사람도 태어날 때를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얻었다.

손해 보고 까먹는 마이너스 인생이 될 것 같은데 우리 삶은 항상 플러스 인생이다.

지난 2009년에 세상을 떠난 장영희 선생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으로 인생을 설명해주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이고 지금 이 순간도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기적이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기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가 하루는 숲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헬렌 켈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눈 뜨고도, 두 귀가 열렸으면서도 특별한 것을 보지도 들을 수도 없었다니 그게 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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