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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26. 2022

상황을 탓하지 말고 내 갈 길을 지켜 가자


서양 사람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무엇이냐고 하면 <철학의 위안>이라고 한다.

이 책은 로마의 집정관을 지낸 보에티우스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 기록했다.

집정관이라고 하면 로마 황제 다음의 권력자였으니까 우리 조선시대로 보면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에 해당하는 관직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도 집정관이었고 그의 두 아들도 집정관이었으니까 삼대에 걸쳐 굉장한 권력을 유지한 인물이다.

그만큼 대단한 실력자였다.

하지만 그는 권력욕에 물든 인물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바르게 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러한 위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생살이에 있어서 엄청난 아픔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픔 때문에 망가지는 인생도 있지만 그는 아픔 때문에 삶을 더욱 꽃 피운 인물이다.




보에티우스는 열다섯 살 어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막 달려가야 할 때에 든든한 버팀목이자 방패막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버지의 친구이자 당시 로마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던 귀족 가문에서 그를 양자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집의 딸과 결혼도 하였다.

어쨌든 그는 양아버지이자 장인어른의 도움을 받아 문학, 철학, 음악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할 수 있었다.

학문적인 실력도 뛰어났지만 그의 인품도 훌륭하였다.

그래서 황제의 인정을 받아 서기 510년에 로마의 집정관이 되었다.

그런데 10년 뒤에 원로원 의원들이 알비누스라는 전 집정관을 반역죄로 고발하였는데 보에티우스는 알비누스가 누명을 쓴 것이라며 오히려 그를 변호하였다.

이러한 그의 행동이 황제의 분노를 유발하여 그는 로마에서 쫓겨나 파비아 땅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고대사회에서 유배형을 받는다는 것은 지방으로 유람을 떠나는 게 아니었다.

로마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줄 사회적 기반을 잃었다는 것이며 언제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였던 것이다.

왜 불의한 힘이 정의로운 힘보다 더 센가?

왜 정직한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참된 행복이란 무엇인가?

신은 분명히 좋은 분이신데 그 좋은 신께서 왜 악을 놔두시는가?

그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서 그 힘든 유배 시간들을 보냈다.

불행하게도 그는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결국 사형판결을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유배지에서 갇힌 중에 써 내려간 글들은 <철학의 위안>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 주었다.




누가 보더라도 보에티우스는 사면될 가망성이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은 거기서 끝날 게 뻔했다.

하지만 보에티우스는 사형판결을 받아도, 유배지에 갇혀 있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는 날 동안 사유하고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로 위대한 철학책이 탄생한 것이다.

보에티우스만 그런 삶을 산 것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의 유배생활 중에 <목민심서>를 썼고 그의 형님인 정약전은 흑산도 유배지에서 <자산어보>를 썼다.

안중근은 감옥에 갇힌 중에도 동양평화 사상을 펼쳤으며 유관순은 감옥에서도 만세운동을 펼쳤고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비록 내가 처한 상황이 나를 옭아매고 나를 가둬버린 것 같지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감옥에서도 꽃은 피고 갇힌 곳에서도 생각은 살아난다.

상황을 탓하지 말고 내 갈 길을 지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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