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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21. 2022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버거울 때가 찾아온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어는 순간 ‘이제 그만할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시작을 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글 한 편에 한 가지 내용만 담으려고 했다.

분량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A4용지 한 장.

한글과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기본 문서편집 틀대로 위아래와 좌우 여백을 뒀다.

글자 사이의 간격도 내가 좋아하는 –10%가 아니라 0%로.

글자 크기는 10포인트로.

중간에 한 번 바꿨는데 글 한 편은 전체 4개 문단으로 하고 각 문단은 9줄씩으로 맞췄다.

그 틀 안에서 그날그날 나에게 떠오르는 주제 하나를 택해서 쓰기로 했다.

매일 다른 내용의 글을 쓰려니 그만큼 많은 생각거리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책읽기에 매달렸다.

다행히 1년 200권 독서운동을 10년 넘게 펼쳐오던 터라 책읽기는 즐거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글쓰기는 언젠가 지칠 것 같았다.




나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곁에서 많이 격려해주셨다.

그러면서도 그분들도 우려가 되었나 보다.

언제까지 쓸 거냐고 묻기도 하셨다.

그런 질문에 나는 “언젠가는 그칠 때가 있겠지요.”라고 대답했었다.

황동규 선생도 <즐거운 편지>에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라고 했다.

연이어서 황동규 선생은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라고 노래했다.

언젠가 사랑이 그칠 것을 믿지만 그때에도 자신의 자세를 생각하겠다는 다짐이다.

요즘 부쩍 ‘이쯤에서 멈출까?’ 생각을 한다.

나에게 주어진 다른 일에 치중하다 보니 글쓰기의 약속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다.

나의 글을 계속 읽어오던 분들은 글 쓸 소재가 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것도 같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나의 글쓰기 자세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있다.

여기서 멈추면 계속 멈춘 채로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읽기 운동을 벌일 때도 그랬다.

독서운동을 시작할 때 목표를 1천 권으로 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5년 조금 넘겨서 1천 권을 독파하고 나니까 이제는 슬슬 하자고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나의 일상을 바꾸어버렸고 몇 년 동안은 책과 데면데면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시 본 궤도로 돌아오기까지 꽤 시간이 지나야 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매일 한 편씩 올린 글이 580건이 넘었으니 600일 가까이 된 것 같다.

언제까지냐는 말에 여기까지라고 대답하기는 싫다.

언젠가는 그치겠지만 그 언젠가가 지금은 아니라고 하고 싶다.

그 언젠가에 다다랐을 때는 내 글쓰기의 자세가 맘에 들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까지는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러려면 내 자세를 교정시켜야 한다.

다시 훈련을 받아서 바른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내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생각이 들면 자기계발서 중에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읽는다.

자기계발서는 일단 읽기가 쉽다.

어려운 용어나 개념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존 인물이 경험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나에게도 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응원해준다.

그래서 오늘은 켈리 델리의 창업자인 켈리 최의 책 <웰 씽킹>을 읽었다.

전라북도 정읍의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방직공장의 공순이로 일하며 야간학교를 다닌 그녀, 겁 없이 도전한 사업에서 10억을 빚진 30대의 그녀, 인생의 밑바닥에서 강물에 투신하는 것보다 다시 도전하기를 선택한 그녀, 처절한 노력으로 세계 굴지의 초밥 도시락 기업을 일군 그녀.

그녀는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말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다시 도전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려고 독하게 마음먹는다.


++언제 읽어도, 언제 읊어도 좋은 시이죠?

황순원 선생의 아드님 황동규 선생의 <즐거운 편지>입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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