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이어오는 1년 200권 독서운동 14년차 3월이다.
14년 전에는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 책읽기에 엄청 노력했었는데 요즘은 습관처럼 읽는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14년 동안 계속 그렇게 읽고 있느냐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나도 사람인데.
기계가 아닌 이상 그건 어려운 일이다.
나 스스로가 어렵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만든 안전장치가 나를 게으르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게 뭔가 하면 ‘목표치’였다.
2009년은 내가 해외에서 지낸 지 햇수로 4년째 되던 해였다.
외국어는 좀 늘었는데 한국어 어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었다.
명색이 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나로서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말의 멋들어진 어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책읽기를 시작했다.
1년에 200권씩 읽어서 총 1천권을 독파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해마다 200권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우니까 5년 안에 독파하기는 무리고 6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6년째 되던 해에 1천권을 독파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각을 잃어버렸다.
마치 목표로 하던 대학에 입학한 후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맸던 신입생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1년에 200권 가까이 읽어오던 탄력이 있었으니까 그 관성의 힘으로 어느 정도 읽었다.
하지만 7년차부터는 급속히 독서량이 줄었다.
습관을 길들이기는 어려운데 습관을 깨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나의 습관을 길들이는 데 21일이 걸린다고 하지만 허물어뜨리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한 5년을 대충 지냈다.
11년차가 된 2019년에 다시 경각심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물건을 다시 찾으면 기분이 좋듯이 책읽기가 더 좋은 습관이 되었다.
이번에는 몇 권까지 읽겠다는 목표를 아예 없애버렸다.
때로는 거시적인 목표를 세우고 각 단계마다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큰 목표를 다 이루고 났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면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허탈감도 찾아온다.
그 허탈감을 최소화하려면 목표를 대단한 위업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일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렇게 독서운동을 일상생활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1년에 200권을 읽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어떻게 그렇게 읽냐고 하면 밥 먹듯이 커피 마시듯이 책을 읽다 보면 그렇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고맙게도 전에는 1시간을 읽어도 고작 30페이지에서 5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했는데 요즘은 1시간에 100페이지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인데 이것도 습관의 힘인 것 같다.
지난 3월은 2022년 57번째 책인 <백범일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삼일절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읽어도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3월에는 이미 읽었던 책들 중에서 여러 권을 다시 읽었다.
최근 역사와 철학 쪽 책들을 많이 보는데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고 소설과 에세이도 곁들인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게 있어서 기독교 신학책도 몇 권 읽었는데 대표로 한 권 끼워넣었다.
신앙과 어울리지 않게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읽었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다양한 지식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나의 욕구 때문이었다.
한 달을 마치며 3월의 최고 수확이라고 하면 한나 아렌트의 책들을 좀 더 섭렵할 수 있었다는 것과 오랫동안 별러왔던 <백년의 고독>을 완독했다는 것이다.
57. <백범일지>, 김구, 스타북스, 20220302
58. <내가 사랑한 화가들>, 정우철, 나무의철학, 20220303
59.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달출판사, 20220303
60.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 게랄트 휘터, 이지윤, 매일경제신문사, 20220304
61. <여인의초상(상)>, 헨리 제임스, 정상준, 열린책들, 20220306
62. <여인의초상(하)>, 헨리 제임스, 정상준, 열린책들, 20220312
63.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켄 크림슈타인, 최지원, 더숲, 20220312
64. <조선 임금 잔혹사>, 조민기, 책비, 20220312
65. <교회여 지적장애인에게 성례를 베풀라>, 김홍덕, 대장간, 20220314
66.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이진우, 한길사, 20220314
67. <1984>, 조지 오웰, 정영수, 미르북컴퍼니, 20220315
68. <인간의 조건>, 에릭 호퍼, 정지호, 이다미디어, 20220315
69. <영혼의 연금술>, 에릭 호퍼, 정지호, 이다미디어, 20220316
70. <구의 증명>, 최진영, 은행나무, 20220316
71.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현대문학, 20220317
72.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박문재, 현대지성, 20220318
73. <사십에 읽는 삼국지>, 고혜성, 위대한민국, 20220319
74. <호호호>, 윤가은, 마음산책, 20220320
75.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마음산책, 20220321
76. <변신이야기1>, 오비디우스, 이윤기, 민음사, 20220323
77. <변신이야기2>, 오비디우스, 이윤기, 민음사, 20220324
78.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김영사, 20220325
79. <죄와 벌1>,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홍대화, 열린책들, 20220327
80. <백년의 고독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민음사, 20220328
81. <죄와 벌2>,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홍대화, 열린책들, 20220329
82.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홍성광, 열린책들, 20220330
83. <어른의 재미>, 진영호, 클레이하우스, 20220331
84.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김윤경, 다산북스, 20220331
85. <왜 리더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김윤경, 다산북스, 20220331
86. <백년의 고독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민음사,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