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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은석
May 01. 2022
1년 200권 독서운동 14년차 4월 독서목록
2009년부터 이어오는 1년 200권 독서운동 14년차 4월이다.
습관의 힘이라는 게 엄청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4월은 초반부터 책읽기의 흐름이 끊겼고 들쭉날쭉이었다.
책읽기 시간을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너무 쉽다.
그런데 무너지더라도 갑자기 고층빌딩에서 지상으로 뚝 떨어지는 것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비행기가 착륙지 공항에 다다를 때 고도를 낮추는 것처럼 한 단계 뚝 떨어졌다가 잠시 그 고도를 유지하고 조금 후에 한 단계 또 떨어지는 식으로 나타난다.
나의 책읽기 습관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솔직히 4월 15일 정도가 되었을 때 ‘아! 이번 달에는 독서량이 저조하겠구나! 한 단계 떨어지면 다시 또 떨어질 텐데.’라는 고민을 했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대학원 공부가 있었는데 4월에는 발제와 과제물들도 있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었으니까 책 읽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습관의 힘이 무섭다는 게 이럴 때 나타난다.
분명히 책을 읽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럭저럭 한 권 또 한 권 읽어나가게 된다.
책읽기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달려오던 속도가 있었기 때문에 잠깐 멈추려고 해도 가속도가 붙어 있어서 한동안은 달려 나가게 된다.
4월 초반의 독서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뛰고서 속도를 줄이며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던 것이 4월 15일을 기점으로 해서 다시 한 바퀴 뛰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것처럼 속도가 붙었다.
이번에는 더 빨리 뛰어야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4월 초순이나 중순이나 하순이나 내가 뽑아낼 수 있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독서량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조금 무거운 내용의 책들을 주로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는 진도가 많이 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솔직히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사기> 같은 책들은 너무 어렵다.
한문을 잘 몰라서 어렵고 당시의 시대상을 잘 몰라서 어렵고 경전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니 어렵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여러 권의 다양한 해석본들을 번갈아 보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많이 읽다 보면 조금씩 이해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4월에는 철학 관련 책들에 손이 많이 갔다.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해서 그런가?
잔인한 4월에 인생의 고뇌를 더 깊게 느껴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한 권을 추천하라면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 1,2,3>을 꼽겠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려서 서양 철학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냥 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나 같은 초보자도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참 유익한 책이다.
책읽기에도 어떤 특정한 일들을 기념해서 한 획을 긋는 게 유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지난 2월에 하늘나라에 가신 이어령 선생을 떠올리며 일부러 그분의 책을 골라서 읽고 있다.
이어령 선생의 책은 어떤 책을 고르더라도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처럼 많고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에는 이외수 선생께서도 세상을 떠나셨는데 5월에는 이외수 선생의 책들을 다시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직접 만나 뵙고 선생들에게 배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나는 그 선생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책을 읽는 것이 그분들을 추모하는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 자신과의 기념 사건을 만들어서 책읽기에 도입하면 좋은 조력자를 얻는 효과가 있다.
돌이켜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책을 읽으면 된다.
<1년 200권 독서운동 2022년 4월(순번은 3월 독서목록에 이어서)>
87.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열린책들, 20220401
88.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 김형석, 이어령 외,, 한국경제신문, 20220402
89.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이서연, 미디어숲, 20220404
90.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동녘, 20220405
91.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이한이, 비즈니스북스, 20220409
92. <다산의 마지막 질문>, 조윤제, 청림출판, 20220410
93. <다산의 철학>, 윤성희, 포르체, 20220412
94. <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문희경, 어크로스, 20220414
95.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김민형, 웅진지식하우스, 20220415
96. <타인에 대한 연민>, 마사 누스바움, 임현경, 알에이치코리아, 20220416
97. <메멘토 모리>, 이어령, 열림원, 20220417
98. <소피의 세계 1>, 요슈타인 가아더, 장영은, 현암사, 20220418
99. <소피의 세계 2>, 요슈타인 가아더, 장영은, 현암사, 20220419
100. <소피의 세계 3>, 요슈타인 가아더, 장영은, 현암사, 20220420
101. <인류 모두의 적>, 스티븐 존슨, 강주현, 한국경제신문사, 20220420
102.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서수지, 사람과나무사이, 20220421
103. <여신의 역사>, 베터니 휴즈, 성소희, 미래의창, 20220421
104. <손자병법>, 손무, 김원중, 휴머니스트, 20220422
105. <한비자>, 한비자, 김원중, 휴머니스트, 20220426
106. <시지프의 신화>, 알베르 카뮈, 이가림, 문예출판사, 20220427
107.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이어령, 성안당, 20220428
108. <사기, 2천 년의 비밀>, 이덕일, 만권당, 20220429
109. <강가에서>, 윤제림, 지식을만드는지식, 20220429
110. <너 어디서 왔니(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파람북,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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