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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8. 2022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 토요일, 일요일 밤이면 영국 프리미어 축구 경기를 보곤 한다.

축구에 열성적인 팬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 이름을 줄줄이 외지는 못한다.

딱히 좋아하는 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지성이 선수로 뛸 때는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경기를 봤고 지금은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의 경기를 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나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진 우리나라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뿐이다.

사실 아시아인들이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기는 너무 어렵다.

일단 체격에서부터 밀린다.

모든 운동은 체력이 기본인데 그 기본부터 약하기 때문에 그다음에 따라오는 기술과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가 쟁쟁한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상대편 수비수를 농락하고 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 대단히 기분이 좋다.

아시아인의 열등감을 싹 씻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손흥민 선수가 지금의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어떤 인생 역경들을 견뎌왔는지 궁금해했다.

그에 대한 반응이었는지 2년 전인 2020년에 손흥민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축구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알다시피 손흥민의 아버지는 한때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큰 꿈인데 그 꿈을 이루기 바로 직전에 운동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운동선수가 선수생활을 그만두면 당장 생계부터가 걱정된다.

평생 운동만 했으니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실패한 인생이 된 것 같아진다.

아내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미안해진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이다.     




많은 시간 동안 회유하였지만 손흥민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아버지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기로 하였다.

손흥민은 축구 명문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에 진학하고 프로에 입단하는 길을 걷지 못했다.

그의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축구의 기술들과 삶의 태도들을 아버지를 통해서 배워나갔다.

끊임없는 노력과 땀의 결실 끝에 18살 나이에 독일 함부르크팀에 입단하였고 2015년부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다.

이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 중의 한 명이 되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런 손흥민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담담하게 말을 하였다.




“남들이 보기에 제 모습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요.

중요한 건 그게 현재의 겉모습이라는 겁니다.

힘들었던 과거와 뒤에서 이뤄지는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죠.

어려웠던 날이 훨씬 많았어요.

지금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살고 있어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죠.

제가 이렇게 책을 내기로 한 이유이기도 해요.

지금 이 자리에 올 때까지 필요했던 저의 뒷모습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제 인생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드리블, 슈팅, 컨디션 유지, 부상 방지 등은 전부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믿어요.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릅니다.

후불은 없죠.

지금 저는 자제하고 훈련하면서 꿈을 향해 달리고 있어요.”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오늘 꽃을 피울 수 있는 건 어제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 고난의 현장에 있다면 미리 인생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죽어라 노력하다 보면 고난의 오늘을 넘기고 화창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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