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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10. 2022

축복의 보물상자를 여는 열쇠는 인내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동네 선배들이나 친구들 집에 가보면 책상 위에 ‘인내’라고 쓰여있는 글귀들을 볼 수 있었다.

조각칼로 참을 ‘인(忍)’ 자를 책상에 새겨넣기도 했고 냇가에서 주워온 돌멩이에 쓰기도 했었다.

좀 더 괜찮은 글을 원했던 이들은 ‘인내는 쓰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써서 책상 위에 깔아놓기도 했다.

지금 참고 열심히 공부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당시에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행동이 꽤나 유행했었다.

그때 책상에 적힌 글들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큰 그릇은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된다는 대기만성(大器晩成),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영어 문장(No pain, no gain!)도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잡고 공부에 전념하려고 했다.

비록 작심삼일로 끝났지만 그때는 무척 진지했었다.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은 그때 다 터득했던 것 같다.

인생은 끝없는 인내의 과정이다.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많이 읽힌 <아웃라이어(Outliers)>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공통적인 현상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엄청난 훈련을 감당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루 3시간씩 꼬박 훈련한다고 해도 10년 동안 계속해야 되는 일이다.

1만 시간을 채우려면 작심삼일 같은 것은 통하지도 않는다.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회의가 들었을까?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었을까?

땀도 많이 흘렸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아무리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그 처절한 훈련들을 참아냈다.

물론 참아낸다고 해서 다 위대한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대한 일을 이루는 인물들은 인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메달을 따기까지 적어도 4만km 이상의 수영 훈련을 한다.

지구 한 바퀴의 둘레가 4만km라고 하니까 결국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매일 20km씩 1년에 300일을 연습해서 7년 동안 꾸준히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걸어서 20Km 가기도 힘든데 수영해서 간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처럼 수영장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한 번 왔다갔다하면 헥헥거리는 체력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람은 훈련하다가 포기할 것 같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7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마크 스피츠 같은 불멸의 선수도 “훈련 도중에 그만두고 풀에서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무척 애를 썼다.”고 했다.

그만큼 힘든 일이고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견뎌야만 무엇인가라도 이룰 수가 있다.




농사짓던 우리 조상들은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서 여든여덟 번 땀을 흘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쌀 미(米)자는 여덟 팔 자와 열 십 자 그리고 또 여덟 팔 자가 모여있다고 했다.

농사짓는 것도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런 가르침을 받아서인지 우리 조상들은 참 잘 참았던 것 같다.

참는 데는 다들 전문가였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인내가 부족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내가 서 있는 줄이 옆의 줄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옆 차선의 차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견딜 수가 없어진다.

감정을 누르고 다스리다가도 한순간 홧김에 모든 일을 그르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옆에서 “참아! 참아!”하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참지를 못한다.

우리 집안은 그런 것에 참는 집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참는 게 복이다.

축복의 보물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오직 인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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