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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4. 2022

권세는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선생이 있다고 한다.

선생이 있으니까 제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세 사람만 있어도 그중에 어떤 사람은 그들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면 보이는 현상이다.

동창회처럼 아무리 친한 친구들끼리의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그 모임에서 힘 꽤나 쓰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회장도 되고 총무도 된다.

그들의 말에 회원들이 따른다.

이미 그들은 회장으로서 또 총무로서의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비록 그 권력의 크기가 작게 여겨지더라도 이런 작은 권력들이 모여 큰 권력을 이루게 된다.

아무리 작은 권력일지라도 그 권력이 행사되는 공간 안에서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

그래서 골목대장도 골목에서는 왕처럼 행세한다.

그 골목에서는 자기 말을 들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골목대장의 말을 듣지 않으려면 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져야 한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도 사람들이 그 권력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권력에는 달콤한 맛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권력에 맛을 들이면 권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더 큰 권력을 쟁취하려고 더 깊은 권력의 늪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권력을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였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자기 안에 강력한 권력이 있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권력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다.

내가 반장이 되어서 반장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그전에 선생님이 이미 반장이라는 직함을 만들어서 반장에게 이러저러한 권세를 허락해주신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권세를 행사하면서도 자신에게 권세를 준 존재를 의식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마치 무소불위의 권세를 지닌 것처럼 행세하다가 삽시간에 망한다.




소설 <삼국지>를 보면 그 첫 부분에서 동탁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중국 변방을 떠돌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수선한 시대를 틈타서 자신의 무공을 뽐낼 수 있었고 몇 번 전쟁에 참여하면서 승승장구하였다.

급기야는 황제의 곁을 지키게 되었고 자신의 손으로 황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엄청난 권세를 얻게 되었다.

그에게는 여포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장군도 있었다.

아무도 동탁을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천지가 다 자기 손안에 있다고 할 때 전국의 제후들이 동탁을 무찌르려고 연합군을 조직해서 동탁에게 대항했다.

동탁은 황제를 인질로 삼고 장안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낙양의 궁궐과 마을들을 다 불태워버렸다.

사람이 아예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만큼 자신에게는 막강한 권세가 있다고 큰소리 떵떵 쳤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했을 때 그는 아들처럼 여겼던 여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동탁은 자신이 세상의 권세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권세는 그에게 잡히지 않았었다.

권세는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다.

물을 잡으려고 손으로 물을 훔치면 물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듯이 권세도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다.

잠깐 내 손에 머물렀다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옛 어른들은 권불십년좌(權不十年座)라고 가르치시면서 권세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 권세가 주어질 때가 온다면 그 권세를 그다음 사람에게 잘 넘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넘겨주지 않고 내가 움켜쥐려고 하면 안 된다.

권세를 움켜쥐려고 하는 순간에 그 권세가 우리를 칠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권력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자신의 권세를 내세우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그게 아닌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다 큰일 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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