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도야로서의 수학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궁금한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이미 고등학교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글을 썼으나 더 자세하게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 중 누구나 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논리적 사고능력, 추론 능력 등 형식(정신) 도야의 기능이다. 수학을 언제부터 공부(학습)했는지에 대해서는 배움이 시작되는 그 처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BC 427 ~ BC 347)은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여기서 철인은 단순히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초월하는 이데아를 인지할 수 있는 자를 뜻한다. 이러한 철인(지배자)이 되려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수학이었고 10년 이상의 집중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뛰어넘는 지배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공부(학습)해야 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¹
형식도야는 기억, 추리, 상상 등과 같은 기본적 정신기능을 개발하는데 적합한 교과의 학습을 통해 모든 사물의 학습에 전이할 수 있는 일반적 정신능력과 정신태도를 습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² 이는 실질도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즉, 야구를 잘하기 위해 배트를 휘두르거나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기 전에 먼저 기초체력을 갖출 필요가 있듯이 우리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스킬이 아닌 기초 소양을 다지는 과목이 수학이다.
그렇다면 기초체력을 훈련하는 과정을 잘 생각해 보자. 기초체력을 훈련하면서 실전 훈련의 어느 부분에 사용되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어느 운동을 하던지 기초체력 훈련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마찬가지로 수학은 정신의 기초훈련이기 때문에 그 이유를 따지지 않아도 형식도야의 존재로 학습의 이유가 된다. 따라서 수학을 학습하는 이유를 찾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모순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논리사고 능력이나 추론 능력 등을 꼭 수학을 통해야만 기를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물론 알고리즘, 주제 찾기 활동, 데이터 분석, 독서, 글쓰기, 토론, 토의, 퍼즐 풀기 등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논리적 사고능력이나 추론 능력등이 향상된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이 수를 기반으로 일반화화 추상화를 통한 시스템의 형식과 형태를 분석하는 분야이다 보니 논리적 사고능력을 향상하는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과목으로 수학이 거론됨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능력과 추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학문이다. 논리적 사고능력이나 추론 능력 같은 기초 소양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능력과 같은 다른 사고 역량에도 도움이 된다. 수학을 학습하는 실용적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세상을 지배하는 지도자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형식도야의 좋은 방법이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1. 플라톤, 플라톤의 교육방법(위키백과)
2. 형식도야(두산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