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공부에 대한 올바른 태도의 함양
고등학교에서 수학 성적이 낮게 나오는 이유의 대부분은 수학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이다. 학교에서 수학교과의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의 수학학습량을 살펴보면 학습량에서도 단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명제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데 성적이 낮거나 변화가 없는(성적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수학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수학공부량도 많다. 하지만 수학공부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수학성적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공부량이 많지만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부류의 학생을 크게 두 가지 경우로 살펴보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낮아진 수학성적에 충격을 받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경우나 늦게 자신의 진로방향(또는 대학, 학과 등)을 결정하고 수학공부에 불이 붙는 경우이다. 이런 학생들이 처음에는 성적의 향상을 보이다 이내 성적의 정체기가 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계속해서 성적이 향상되어 상위권에 진입하는 학생도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원인은 결국 한 가지이지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잘못된 학습방법 때문이다. 수학은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해결능력으로 수학 실력을 평가한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해결이라는 사실에만 주목하면서 문제의 풀이과정을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고등학교 수학교과의 양은 중학교 수학교과의 약 2배이고 응용 범위 또한 2배여서 내용이 4배가 증가하는 느낌을 받게된다. 암기의 달인이 아닌 이상 문제를 외우면서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외우는 것의 최대 단점은 잊어버리는 것이어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누적되는 양을 다 기억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는 생각하는 힘(끈기)이 부족해서이다. 수학성적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거의 모든 학생이 응용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대답한다. 계산실력이 부족해서 성적이 낮다고 말하는 학생은 없다. 왜냐하면 수학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낮게 나온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고난도 문제는 대부분 신유형이며 신유형이 아니더라도 많은 개념을 섞여 있어 주어진 조건과 개념을 여러 번 조합하여 문제상황에 맞게 추론해 나가는 논리적 사고능력이 요구된다. 자신이 학습한 개념을, 문제의 여러 조건들에 대해 조합하고 추론하면서 끈기 있게 실타래를 풀듯이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힘(끈기)이 부족하다. 적당한 개념 한 두 개 생각해 보다가 기억에 의존하여 비슷한 문제가 없었는지 생각해 보곤 이내 못 풀겠다고 포기해 버린다. 문제를 보고 못 풀겠다고 포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1분 미만이다. 바로 해설지를 보고 이해했다고 치고 넘어가거나 이해하지 못해 외워버리는 쉬운 공부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개념공부를 완벽하게 끝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들을 문제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도 해보고 숫자도 대입해 보고 표와 그래프를 그려가면서 실마리가 나타날 때까지 추론해야 한다. 나는 한 문제를 적어도 10분 정도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시간을 고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결될 때도 있고 해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심지어 어떤 개념을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도 막막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힘(끈기, 노력)도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력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재능으로만 돌아가는 불행한 세상 속에 자신을 내던지게 될 것이다.
수학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끈기(힘)는 결국 수학에 관한 태도이므로 이는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마치 성격과도 같아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끈기(힘, 태도)는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나의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어려운 문제집 풀이를 숙제로 내줬다. 물론 너무 힘들어서 결국 문제집을 찢고 내 앞에서 문제집을 집어던지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다시 시켰다. 다행하게도 지금(중학교 1학년)까지는 잘 따라오고 있다. 지필고사나 경시대회가 없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받는 어려운 문제집을 왜 시키냐며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필요한 끈기(힘)가 길러지기 때문이다. 지금 첫째 아이에게 어려운 문제집을 하지 말자고 권유하면 오히려 그러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쌓아왔으니 더 분발해서 쌓아 올려야 한다. 세상에 늦은 공부는 없다.
피아노를 배울 때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 100번까지 끝내는데 대략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성인은 처음배우더라도 3개월에서 12개월이면 배울 수 있다. 물론 연습량이 더 많겠지만 그것보다는 학습의 목적이나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피아노 연습의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늦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이유가 있고 늦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수학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목표가 분명해졌다. 조급해서 불안하기보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천천히 내공을 다져가는 것이 맞는 수학공부 방법이다. 나는 할 수 있는(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으로 도전하면 된다. 몇 번 아니 몇 십 번의 실패가 나를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다.
수학공부는 정말 늦었다. 하지만 늦었기에 오늘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고 어제와 다른 더 발전한 내일의 내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