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마시는 방법에 대해
사실 위스키는 병에 들어있는 그대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증류를 마친 원액을 대개 그대로 병입하지 않고 미리 정한 적절한 도수까지 희석시켜 병에 담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증류한 그대로 병입하여 판매하는 종류를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라고 하는데 50도 이상 되는 경우가 많죠. 즉, 일반적으로는 마시기 좋은 도수로 만들어서 병에 넣는다고 볼 수 있고 꼭 더 희석해서 마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넓은 언더락잔도 무방하겠으나 가장 왼쪽에 있는 테이스팅 잔이 더 좋은데 와인 잔과 마찬가지로 향을 좀 더 모아서 잘 느끼도록 해 줍니다. 인터넷에서 ‘위스키 테이스팅 잔’이라고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흔히 ‘스트레이트 잔’이나 ‘샷 잔’이라고 부르는 작은 잔은 사실 한 입에 털어 넣을 목적이 아니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 옆에 다리가 좀 긴 잔은 리델에서 나온 꼬냑 잔인데 저는 위스키 마실 때도 애용합니다. 사실 테이스팅 잔과 실질적으로 다를 것은 없는데 그냥 좀 허세죠. 언제나 폼은 중요합니다.
그래도 병에 들어있는 원액 그대로가 너무 독하게 느껴진다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마시지 말고 혀를 적신다는 기분으로 조금씩 마시면서 코로 숨을 내뱉어 향을 느껴보면 좋습니다. 이렇게 마시면 굳이 안주를 찾지 않아도 되고 50ml 한 잔으로도 한참 마실 수 있죠. 그리고 위스키가 와인과 다른 점이 한 두 가지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달리 위스키의 색은 대개 카라멜 등으로 맞추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와인과 달리 위스키는 너무 흔들면 알코올 느낌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와인은 잔에 따라 흔들기도 하고 그 색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위스키의 경우에는 그런 방법을 꼭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40도 넘는 독주인 만큼 알코올 느낌이 너무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상온의 물을 몇 방울 떨어뜨려도 좋습니다(Added Water). 대강 4~5방울 또는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 넣어서 살짝 흔든 다음 마셔보면 대개 “향이 열린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독한 알코올 느낌이 조금 완화되어 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바에서 위스키 주문할 때 무조건 얼음부터 찾지 말고 물을 좀 달라고 해 보시길.
취향에 따라서는 물을 좀 더 많이 섞기도 합니다. 위스키와 같은 양의 물을 넣고 흔들어 섞는 것을 위스키 트와이스 업(Twice Up)이라고 부르고, 그 보다 더 많이 섞으면 위스키 앤드 워터, 또는 일본말로 ‘미즈와리’라고 불러요. 일본 사람들은 독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방식으로 묽게 희석한 위스키를 반주로 즐겨 마신다는데 사실 저는 좀 별로에요. 다만 음식과 함께 위스키를 마실 생각이라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라면 차라리 탄산수를 섞겠지만. 사실 위스키는 워낙 맛과 향이 강렬해서 대개 반주로는 어울리지 않는데 미즈와리나 위스키 소다처럼 마시면 음식과도 썩 잘 어울립니다.
흔히 하는 방법으로 얼음을 넣어 위스키의 온도를 낮추면 알코올의 독한 느낌이 줄어들어 훨씬 마시기 편하지만 고유의 향이 확 죽어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실 모든 음식은 온도가 낮으면 맛과 향을 느끼기 어려운데 그래서 아이스크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설탕이 들어가죠. 또 얼음을 넣으면 독한 느낌이 줄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된다는 것이지 알코올 양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마시기 편하다고 양껏 마시면 정신 못 차립니다.
넓은 잔에 큰 얼음을 넣으면 위스키 온더락(On The Rocks), 잘게 부순 얼음으로 잔을 채우고 위스키를 넣어 마시면 위스키 미스트(Mist)죠.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다만 아드벡, 탈리스커 같은 피트향 넘치는 위스키들이 가끔 좀 과하다고 느껴질 때는 각설탕 정도 크기의 작은 얼음 한 조각 정도를 넣기도 합니다. 그 정도가 딱 좋더라고요. 그 밖에 ‘위스키 스톤’이라고 얼음처럼 녹지는 않되 온도만 낮추는 것도 있는데 역시 향을 떨어뜨리므로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기는 하죠.
위스키를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고 하면 차라리 탄산수 섞는 걸 좋아합니다. 위스키 소다 또는 하이볼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저렴한 위스키 산토리를 사용하는 ‘산토리 하이볼’ 같은 건 아예 하나의 상품으로 마케팅 대상이 되기도 하죠. 언더락잔 보다는 길쭉한 하이볼 글라스나 샴페인 글라스가 좋고 얼음은 선택인데 비주얼 측면에서는 넣는 것이 좋죠. 탄산수는 다 괜찮지만 토닉워터, 진저에일과 같이 설탕이 잔뜩 들어간 종류는 피하시는게 좋고 기왕이면 향이 들어있는 것보다는 플레인이 좋습니다. 위스키 소다에는 스카치보다는 버번이 훨씬 좋고 제임슨 같은 아이리쉬 위스키도 좋습니다. 저는 매년 여름에 제임슨을 한 병 사서 탄산수 섞어 저녁 먹을 때 가끔 마셔요. 폭탄주로 한 방에 들이키지 말고 살살 마시면 청량감도 있고 살짝 위스키 향도 감돌아서 여름에 맥주와는 다른 꽤 괜찮은 음료가 되죠.
그 밖에 다른 술이나 음료를 섞어 만드는 위스키 칵테일도 종류가 많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건 위스키가 아니라 아예 종류가 다른 음료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에는 짐빔 화이트처럼 저렴한 버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스카치 위스키에 굳이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실 필요는 없겠지요. 가장 쉬운 위스키 칵테일은 콜라에 섞는 건데 잭 다니엘을 콜라에 섞어 마시는 '잭콕' 드셔 보셨을 겁니다. 그것 말고 버번에 시럽이나 설탕, 민트잎을 넣어 만드는 민트쥴렙이나 라임주스와 붉은 그레나딘 시럽을 넣는 뉴욕 같은 칵테일도 집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위스키 칵테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