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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 Aug 21. 2020

캘리포니아 와인과 빈티지

프랑스 와인과 달리 캘리포니아 와인은 빈티지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들 하는데 어떨까요?  


우선 기후(Climate)와 날씨(weather)는 와인에 있어서 의미가 많이 다릅니다. 기후는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예를 들어 프랑스의 보르도 지역은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인 반면 부르고뉴 지역은 그 보다는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해마다 약간 덥거나 춥고 비가 많이 내리거나 조금 내리거나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특징은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는 한 대개 유지되는데, 이와 같은 기후의 차이는 재배할 포도의 품종, 재배 기법, 수확 시기 등에 있어서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캘리포니아는 어떨까요? 캘리포니아는 대단히 넓은 지역으로 지역에 따라 기후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내륙과 해안의 차이이죠. 캘리포니아의 해안 지역은 해류의 영향으로 1년 내내 일정한 기온이 유지되고 여름에도 그렇게 덥지 않은 반면 내륙 지방은 여름이 길고  섭씨 40도가 넘는 혹독한 더위가 심합니다.


또 시에라 네바다 산맥 쪽으로 가면 높은 고도에 따른 기후의 차이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포도재배자들은 이와 같은 기후를 반영하여 가장 적절한 포도 품종을 선택하여 재배하고 있죠. 예를 들어 비교적 선선한 기후를 보이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지역에서는 그와 같은 기후에서 좋은 품질을 보이는 피노누아 같은 품종을 많이 재배하고 좋은 피노누아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에 처음 유럽의 와인용 포도가 들어왔을 때는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돈이 되는(?) 품종을 마구잡이식으로 재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뒤늦게 필록세라가 창궐하면서 기존의 포도나무들을 대거 뽑아내고 새로 식재하며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UC DAVIS 등 와인 제조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포도를 심고자 노력했고 이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품질을 한층 향상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같은 지역이라도 날씨는 해마다 변하죠. 이 날씨의 변화가 와인의 '빈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춥고 비가 많이 내렸던 연도의 와인과 덥고 건조한 연도의 와인은 그 맛과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온화하고 맑은 날씨가 많은 해에는 포도가 충분히 익어 당도와 산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 일반적으로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 나옵니다. 반대로 흐린 날이 너무 많으면 포도의 성장이 더디고 부실하며, 너무 더우면 산도가 떨어져 별로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당도도 떨어지고 와인이 흐릿해 지기 쉽습니다. 특히 수확기의 날씨가 대단히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포도를 수확하기 전 한 주간의 날씨가 빈티지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수확 직전에 3일 정도 연속적으로 비가 내린다면 포도가 지나치게 수분을 머금게 되어 와인의 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빈티지의 차이는 같은 지역 와인 사이에서 구분되는 것입니다. 만약 같은 지역에서 여러 연도에 걸쳐 생산된 각각의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마셔본다면 해마다 다른 날씨가 와인의 맛과 품질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보리우 빈야드 러더포드 카베르네쇼비뇽 2013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특히 포도가 자라는 계절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해안 지역이든 내륙 지역이든 전반적으로 해양성 기후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비는 겨울에 내리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수 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상태에서 포도가 자라게 됩니다.


그럼 농사는 어떻게 짓느냐? 북부 캘리포니아의 물을 남부까지 관개시설을 통해 끌어다 그 물을 직접 뿌려서 작물을 재배합니다. 그러다보니 우선 강수량에 있어 연도별로 차이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구름이 끼는 날도 거의 없는 매일 맑은 날이니 일조량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면 연도에 따른 차이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캘리포니아에도 해마다 기온의 차이는 있습니다. 어떤 해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 포도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런 해의 와인은 아무래도 다른 연도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수확기의 날씨는 연도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해에는 유독 포도 수확기에 흐린 날이 많아 일조량이 부족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캘리포니아 와인에 있어 빈티지의 차이가 유럽의 와인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도메인 샹동 브뤼(스파클링 와인은 넌빈티지가 일반적이에요)

다시 '기후' 이야기로 돌아가서 최근 수십 년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포도가 너무 빨리 익거나 너무 당도가 높아져 예전보다 높은 알콜도수를 보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과거에는 추운 기후로 인해 포도를 재배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포도 재배가 가능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포도 재배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주요 와인 산지들이 다른 지역으로 바뀌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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