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인은 라벨에 많은 정보가 표시되어 있어 선택에 도움을 줍니다.
로버트 몬다비의 나파밸리 카베르네쇼비뇽 와인입니다. 우선 앞면(?)에는 와이너리 이름(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쉬운데 그 다음에 '나파 밸리'라는 지역 이름이 나오지요. 아무 와인에나 '나파 밸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데 여기에는 관련 규정이 있어서 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75% 이상 되어야 해당 지명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 와인은 나파 밸리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적어도 75%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바꿔 말하면 25%까지는 다른 지역의 와인이 섞여도 괜찮다는 말이 됩니다.
같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와인이지만 왼쪽은 라벨에 '캘리포니아'라고 쓰여 있고, 오른쪽은 나파 밸리에 있는 동네 이름인 '오크빌'이 써 있습니다. 왼쪽은 드넓은 캘리포니아 여러 곳에서 생산된 와인이 섞여 있는 뜻이고, 오른쪽은 나파 밸리에서도 '오크빌'이라는 한 동네의 와인이 75% 이상 들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왼쪽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 와인이 맞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와인을 골라 블랜딩하여 병입하는 것이므로 왠만큼의 퀄리티는 보장된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실제로 왼쪽 와인도 데일리 와인으로는 전혀 나쁘지 않거든요.
다시 첫 번째 라벨 사진으로 돌아갑시다. 그 다음에는 카베르네 쇼비뇽이라는 품종이 나오는데 이런 와인을 VARIETAL WINE이라고 하지요. 그럼 이 와인은 100% 카베르네 쇼비뇽으로 만든 와인일까요? 라벨의 표시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관련 규정에 의하면 라벨에 표시된 포도 품종이 75% 이상 사용되면 그 품종을 표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결국 위 와인은 적어도 카베르네 쇼비뇽이 75% 이상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the name of a single grape variety may be used as the type designation if not less than 75 percent of the wine is derived from grapes of that variety, the entire 75 percent of which was grown in the labeled appellation of origin area.
역시 바꿔 말하면 25%까지는 다른 품종의 포도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역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가의 와인일 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다른 종류의 포도를 섞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종류의 포도가 섞였는지, 섞였다면 얼마나 섞였는지는 라벨에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ㅠㅠ 해당 와이너리 홈페이지에도 그런 내용은 없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2014'라는 빈티지가 표시되는데, 규정에 의하면 2014년 수확된 포도가 85% 이상 포함되었어야 합니다. 이 비율을 지킬 수 없다면 빈티지 표시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라벨 뒷면(?)에는 다른 문구는 앞면의 반복인데 "PRODUCED AND BOTTLED BY ROBERT MONDAVI WINERY"라는 기재가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데, "PRODUCED" 또는 "MADE"라고 기재하기 위해서는 Fermented not less than 75% of such wine at the stated address 그러니까 적어도 75% 이상의 와인이 해당 와이너리에서 숙성되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25%까지는 다른 와이너리에서 숙성한 와인을 섞어도 된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로버트 몬다비 와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ii) Produced or Made means that the named winery:
(A) Fermented not less than 75% of such wine at the stated address, or
(B) Changed the class or type of the wine by addition of alcohol, brandy, flavors, colors, or artificial carbonation at the stated address, or
(C) Produced sparkling wine by secondary fermentation at the stated address.
그리고 위 와인 라벨에는 앞, 뒤 어디에도 알콜이 몇 %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알콜 비율이 14% 이하인 와인의 경우에는 알콜 도수를 표시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죠. Alcoholic content shall be stated in the case of wines containing more than 14 percent of alcohol by volume. In the case of wine containing 14 percent or less of alcohol by volume, the alcohol content may be stated 왜 14%가 기준이냐면 과거에는 자연발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알콜 비율이 14%였기 때문에 기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와인의 뒷면 라벨입니다. "VINTED AND BOTTLED BY" 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건 해당 와이너리에서 일종의 후반 작업에 해당하는 'cellar treatment'만 했다는 내용(Cellared, Vinted or Prepared means that the named winery, at the stated address, subjected the wine to cellar treatment in accordance with §4.22(c).)입니다. 흔히 라벨 앞면만 보고 당연히 해당 와이너리에서 기른 포도를 가지고 직접 숙성시켜 만든 와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확히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 라벨에는 알콜 도수가 13.5%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정확한 도수는 아닐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규정에 따르면 14도를 넘지 않는 와인의 경우에는 기재된 알콜 도수에서 +-1.5% 이내에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in the case of wines containing 14 percent or less of alcohol by volume, will be permitted either above or below the stated percentage. 그러니까 13.5%라고 표시된 저 와인의 경우 실제 알콜 비율은 12%에서 14% 사이가 되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