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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늑한 서재 Nov 24. 2021

01. 에세이 쓰기, 나만 어려운가요?

- 글쓰기로 밥 먹고 살지만 에세이는 잘 못씁니다.  

9월, 고민하다 에세이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결제를 하고 개강 날짜를 기다리면서도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했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효율, 수업을 듣고서도 쓰지 못할 경우의 좌절감. 그런 것들을 재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개강날이 다가왔다.


사실문제를 감지한 건 꽤 오래전이다. 나는 스토리 작가로 로맨스 소설과 출판사 외주 원고, 유튜브 원고 등을 써왔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짓고, 캐릭터를 만들어 성격과 개성을 부여하는 일이 내 밥벌이 중 하나였다. 상상력은 샘물처럼은 아니어도 쫄쫄 약수 정도로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느낌을 글로 풀어내려 할 때 나는 막막해졌다. 두 세줄 썼다 지우고, 마음먹고 열 줄 가량 쓰더라도 되려 머릿속이 복잡해져 포기하기 일수였다. 혼자 보는 일기는 되는대로 써 내려가지만 그걸 에세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배움이 필요했고, 각성이 필요했다. 친구 앞에서는 말이 술술 줄줄 흘러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글로는 왜 써지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또 개성 있게 써 내려가는 에세이 작가분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해당-) 엉킨 실뭉치에서 끄트머리 실을 찾아 살살 뽑아내면 될 것 같은데 도무지 그게 되지 않았다. 바로잡아야 할 게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자는 생각에서 강의를 신청했고, 결국 개강날 나는 강의실 의자에 앉게 되었다.


선택한 강의는 <한겨레 문화센터> 이남희 작가님의 '일상 속 글쓰기의 시작, 에세이 쓰기'였다. 준비운동은 하고 있었다. '책방 연희'의 엄마들의 글쓰기 4기에 참여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자유 주제의 글을 올리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2021년 하반기는 '에세이'를 쓰기 위한 노력으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도대체 '에세이, 네가 뭐길래?'




에세이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수업을 듣기 앞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문제는 일종의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말이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야기들이 서로 앞다투어 나오려고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조금씩 풀어내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이런저런 글을 써 원고료와 인세를 받으면서 자기 위안을 해왔다. '글 쓰잖아. 그럼 됐지. 마음의 소리는 나중에 듣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풀어보자' 그런 식으로 미뤄온 것들이 문제의 원인이라 여겨졌다.


'그래, 다 내려놓고 도움을 받자' 강의실에 앉아 작가님을 기다리며 마음을 다졌다. '도대체 에세이, 네가 뭔데?'라는 까칠한 마음은 자취를 감추고 처분을 기다린다는 심정만 남았을 때, 작가님이 강의실에 성큼성큼 들어오셨다.


수업은 총 8강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한 번도 빠짐없이 강의에 나갔다. 일곱 개의 과제도 다 제출했다. 과제는 주제에 따른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고 수업 시간에 모두에게 들리도록 낭독을 해야 했다. 강의는 지난주에 끝났고 나는 지난 9월의 선택에 만족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낭독은 어려웠다. 내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독서 수업을 오래 해왔기에 남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건 다른 종류의 용기를 꺼내야 했다. 다름 아닌 '내 이야기'가 담긴 글을  '육성'으로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방에서 혼자 읊조릴 때와는 차원이 다른 훈련이었다.


낭독이 끝나면 작가님은 다양한 관점에서 조언을 해주셨다. 기성 작가, 강사 입장에서 또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과제에 나타난 삶에 대한 고민, 의문, 망설임, 두려움 등을 풀어주려 애쓰셨다. 조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음과 진심, 열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매 회, 나는 조금씩 나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강의를 들으며 완성한 과제들을 하나씩 올리려고 한다. 쓰면서 했던 고민, 조언 후 수정한 부분, 바뀐 방향들을 써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첫 번째 에세이는 '내가 멋지다고 느꼈던 순간'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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