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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늑한 서재 May 03. 2022

위로가 필요할 때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중에서 / 책의 한 구절

평소 잘 하던 일을 어제는 크게 삐끗했어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후회가 어제 온 종일 제 마음을 어지럽혔네요. 그렇게 어두웠던 날이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날이 되었습니다.


때로 이유없이 넘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유'는 분명히 있었어요. 일이 잘못된 것도 속상한데, 그 이유를 놓친 것까지 더해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잠을 충분히 자고 안 먹던 아침까지 챙겨 먹어봅니다. 마음이 다쳤을 땐 몸부터 돌봐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거든요.


밝은 햇살 아래, 어제 일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 찾는 책이 있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혼자가 되었을 때 '월든'을 펼쳤어요.




작가인 '소로우'의 나즈막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손수 만든 소박한 오두막 안에서 자연과 숲 속 동물, 월든 호수를 벗삼아 지내는 그의 삶이 가슴에 스며드네요.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않습니다. 안개가 꼈던 기분도 서서히 명료해집니다.


책을 읽다 함께 나누고픈 구절이 있어 올려봅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중에서 -


'고독' 198P

/그러나 대체로 내가 사는 곳은 대초원만큼이나 적적하다. 여기는 뉴잉글랜드이면서도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기분이 든다. 말하자면 나는 혼자만의 해와 달과 별들을 가지고 있으며 혼자만의 작은 세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밤에는 길손이 내 집 옆을 지나거나 문을 두드리는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마치 내가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거나 마지막 인간이기라도 한 것 같다. 그러나 봄에는 메기를 낚으러 밤낚시를 오는 마을 사람들이 이따금씩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둠을 미끼로 자신의 마음의 호수에서 더 많은 고기를 낚았던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개 빈 바구니를 들고 곧 물러났으며, '세계를 어둠과 나에게'남겨놓았기 때문이다. /


Photo by Juan Davila on Unsplash



'고독' 198P

/나의 경험에 의할 것 같으면, 가장 감미롭고 다정한 교제, 가장 순수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교제는 자연물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  

내가 사계절을 벗 삼아 그 우정을 즐기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도 삶을 짐스러운 것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오늘 내 콩밭을 적시면서 한편으로 나를 집에 머물도록 하는 저 보슬비는 지루하고 우울한 느낌을 주지 않고 오히려 내게 좋은 일을 해주고 있다. /



'고독' 205P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는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독' p210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희석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 한 모금이다. 아, 아침 공기! 만약 사람들이 하루의 원천인 새벽에 이 아침 공기를 마시려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아침 시간에 대한 예매권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아침 공기는 아무리 차가운 지하실에 넣어둔다 해도 정오까지 견디지 못하고 그 전에 벌써 병마개를 밀어젖히고 새벽의 여신을 따라 서쪽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Photo by Michael Held on Unsplash



'호수' p283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완벽한 숲의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돌들은 내 눈에는 보석 이상으로 귀하게 보인다. 지구의 표면에서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커다란 것은 없으리라. 하늘의 물, 그것은 울타리가 필요 없다. 수많은 민족들이 오고 갔지만 그것을 더럽히지는 못했다. 그것은 돌로 깰 수 없는 거울이다. /



'겨울의 호수' p420

/자연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으며 우리 인간이 묻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자연은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했던 것이다./



'겨울의 호수' p421

/나는 먼저 1피트 깊이의 눈을 치운 다음 다시 1피트 두께의 얼음을 깨서 발아래 호수의 창문을 연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시며 물고기들의 조용한 거실을 내려다본다. 호수 속은 마치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것 같은 부드러운 광선이 사방에 퍼져 있으며 바닥에는 여름이나 마찬가지로 밝은 모래가 깔려 있다. 호박색의 저녁노을이 질 때와 같은 영원한 물결 없는 고요가 이곳을 다스리고 있다. /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햇살이 찬란한 5월, 훌쩍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날이네요. 일상을 차분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긍정적인 믿음이 필요한 아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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