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햄버거 오형제

FIVE GUYS - 다만 '남자의 버거'라고 할 수 밖에

by 퍼시픽워드샵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가 있다면 미국에는 햄버거 오형제가 있다. 이제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 버거 체인 FIVE GUYS(파이브 가이즈)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1986년 버지니아주로 거슬러가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다섯 아들에게 아버지 제리 머렐(Jerry Murrell)이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너네 대학교 갈래, 학비 모아서 다 같이 비즈니스 한 번 해볼래?” 아들들의 선택은 비즈니스였고, 그렇게 햄버거 오형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아들이 다섯이면 다섯 아들들(five sons)이 될 것 같은데 왜 다섯 남자들(five guys)일까? 아들들 중 한 명은 회사에 뜻이 있어 이후에 조인했단다. 그러니까 처음엔 아버지와 네 아들들, 말 그대로 다섯 남자들이 차린 버거집이었던 셈이다.


다섯 아들들과 아버지. 출처: FORBES/2012년


이렇게 오형제가 똘똘 뭉쳐 탄생한 파이브 가이즈는 In-N-Out(인 앤 아웃), Shake Shack(쉑쉑)과 함께 미국 대표 프리미엄 버거 체인 중 하나로 불린다. 인상적인 건 TV 광고 한 번 안 했다는 것. “Let the food speak for itself(음식이 알아서 증명할 것)”이라는 철학과 입소문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 내 1,000여 개 매장, 유럽 등 23개 국가에서 1,5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참 대단한 오형제다.


엘에이에 버거집이 많지만 파이브 가이즈부터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어서다. 미국이라고 버거가 다 맛있진 않은데 내 입에는 파이브 가이즈가 맛있다. 야채는 신선하고 패티엔 육즙이 가득하다. 버거라는게 결국 빵, 패티, 야채 같은 간단한 재료들의 조합일 뿐인데. 이걸 이렇게 입에 착 감기게 맛있게 만들어낸게 신기하다. 생 감자를 땅콩기름에 튀겨낸 감자튀김도 버거만큼 맛있다. 도톰한 튀김을 바삭 깨물면 뜨겁고 포슬거리는 감자 속이 입안 가득 터진다.


'오늘의 감자'의 출처 및 '우리 매장에는 냉동고가 없다'는 메시지가 적힌 매장.


파이브 가이즈 매장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있다. “There isn’t a freezer in the joint(우리 매장에는 냉동고가 없어요).” 얼리지 않은 생 감자와 패티를 쓴다는 걸 카피로 위트있게 어필한다. 매장 입구에는 감자 포대를 수북이 쌓아놓았다. Today’s potatoes are from: Idaho Falls Jensen & Son, Inc. 오늘의 감자는 아이다호 주(미국에서 맛있는 감자로 유명한 동네다) 젠슨 아저씨네서 왔다는 이야기. 제철 감자를 그때그때 공수한다는 믿음을 준다.


버거를 주문할 때는 15가지 토핑을 원하는 만큼 고를 수 있다.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는 무려 25만 가지. 매일 하나씩 먹어도 684년이 걸린다고 한다. 참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택은 양상추, 토마토, 할라피뇨, 머스터드였다고.


음식이 나오는데 10분은 걸린다. 알아보니 주방에 타이머가 없단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라는데.. 마인드가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했는데 가격도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남편과 둘이서 일반 버거, 작은 치즈버거, 중간 사이즈 감자튀김을 시켰더니 한화로 3만 5천 원이 나왔다(29불). 엘에이 한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이 보인다. 파이브 가이즈에서 성인 셋이 버거와 감자튀김, 핫도그, 음료 등을 푸짐하게 시켰더니 100불이 넘게 나왔다는. 최근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있지만 저렴한 걸 기대하고 가는 버거집은 아니다.



땅콩기름에 갓 튀긴 감자튀김은 꼭 매장에서 먹는다


파이브 가이즈. 다섯 남자들. 이름 때문일까. ‘남자의 버거’만큼 파이브 가이즈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하는 게 우습지만 이 버거에서는 남자 냄새가 폴폴 난다. 이 남자는 뭐랄까, 말은 많진 않지만 진국인 그런 남자. 흔히 말하는 상남자, 거칠지만 기본에 충실한 남자, 그러니까 버거다. ‘남자의 버거’다. 원칙으로 승부하는 버거가 궁금하다면 파이브 가이즈를 추천한다. 오형제가 커다란 포대기에 감자를 싣고 와서 튀겨낸 감자튀김과 터프한 햄버거를 맛볼 수 있을 테니.


#맛있는도시산책엘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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