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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Dec 25. 2019

구글 번역기가 영어공부를 대체할 수 있을까?

공부의 미래를 읽고 :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나?


학급 아침 자습시간.

소란하던 교실에 내가 들어서면 아이들은 그제서야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고 공부를 시작한다.(엄밀히 말하자면 담임이 쳐다보니 공부하는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도 있고, 영어 독해를 하거나 국어 문제집을 푸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우리 반의 모습은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특이하거나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그런데 사실 얼마전부터  이 아이들이 공부한 내용들이 10년 뒤쯤 인공지능시대가 본격화되었을땐  쓸모없어지게 되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처럼 국민학생 시절(나때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국민학생이었다...맞다..나  옛.날. 사람이다!)컴퓨터학원에서 기껏 도스를 공부하고 났더니 얼마뒤에 윈도우체제로 바뀌어 열심히 공부한 도스가 무용지물이된것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내 걱정을 공감할것이다.(도스 배울시간에 차라리 더 많이 뛰어놀걸 그랬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가르쳐왔던 기존방식 그대로 이 밀레니엄 세대의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는걸까?"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다 알수 있는 세상인데 내가 입시생이었던 시절처럼 책에 있는 내용을 암기시키고 국영수 과목 위주로 공부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구본권 작가의 <공부의 미래>를 읽고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막연하게 갖고있었던 학습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학교 교육의 80~90%는 아이들이 성인이되면 쓸모 없어질것이다."  


2016년 한국에서 인공지능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시대에는 어떤 지식과 기술을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현재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사일뿐만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 100세  넘게 살게될 나같은 기성세대들의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야 퇴직하고도 남은 미래를 위해 대비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교육의 방향과 공부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영어 교사라서 그런지 특히  영어  급변하는 미래에 스스로 변화를 인지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공부해나갈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 대해 관심이 갔다.


이 책에선 '외국어 공부는 해야되는 것인가'라는 첫 화두를 던진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중요한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우리 주변에 영어학원 한번 안다녀 본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번역을 해 줄텐데 뭐하러 힘들게 영어를 배워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학생들에게 명쾌한 답을 못 찾아주고  있던터라 솔깃한 내용이었다.  


현재 번역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구글에서 출시한 40개 언어 실시간 통역 이어폰 '픽셀버드' 같은 기계번역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앞으로 힘든 영어공부에 종지부를 찍어도 되는것인가?


저자는 앞으로의 영어 공부는 전국민이 영어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평소에 많이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나 구문 암기나 평가는 계번역이 대신하겠지만 그럼에도 외국어를 배워야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을 '두뇌에 내장'하고 있느냐 '번역기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느냐'에 따라 실력의 차이는 더 커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외국인과 대화시 번역기에만 의존하면  말의 기본 의미만 전달할 수 밖에 없지만 제대로 된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은 미묘한 어감의 차이와 말하려는 사람의 의도, 상황, 분위기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의적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될때 기계번역은 여러 개의 번역을 제시하게 되고  그 중 가장 문맥에 맞는 의미를 고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이기도 하다.


따라서  번역기 사용이 보편화 될 수록 번역의 결과  미묘한 차이를 별해내는 진짜 '외국어 능력'은 희소성이 생겨 그 가치가 더 올라갈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가끔은 번역기가 우리를 배신하기도 한다 ...

 

 글을 읽으니 번역기에만 의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외국어 실력을 갖춘다면 마치 기성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소성있는 핸드메이드 옷을 갖춰 입은 느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들었다.  


"변화자체가 상수가 되어버릴 미래를 위해 나를 포함한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인문학과 같은 학문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하라는 식의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기대했었다. 공부의 본질에 대한 얄팍하고 단기적 목적에만 치중했던 나의 근시안적인 관점을 비웃듯 저자는 공부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알아내기 위해선 메타인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부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환경에 적응하도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 시켜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깨닫게 해 주는 메타인지 능력에 대해 "상위 0.1% 학생의 비밀"과 "더닝크루거 효과"의 예가 흥미로웠다.


상위 0.1%의 학생의 비밀

 상위 0.1%의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과의 차이점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잘 모르는지에 대한 자각의 차이가 그 비밀이라는 것이다. 상위 0.1%의 학생들은 자신이 모르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의 메타인지 능력은 자신의 노력과 훈련의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개선시켜 나가면서 "평범한 획득"을 하는 사람과 "탁월한 성취"를 구별하게 만든다.



더닝크루거 효과

 코넬대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에 따르면 "능력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는 인지편향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더닝크루거 효과) 시험기간에 우리가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불안해 지지만 공부를 별로 안하면 근거없는 자신감이 드는 것이 그런 예가 아닐까싶다. (시험때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의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반 1등 아이의 불안한 표정을 생각해보라!) 또한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소위 "꼰대"들도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나도 학교에서 단지 교사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모든것을  안다는 식의 태도를 가졌었던것은 아닌지 반성 해 봐야겠다.


 미래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 단기간의 목표,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하는 공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상태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는 메타인지 능력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며 내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다보면 불안한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너무도 흔하게 사용하여 클리쉐가 되어 버린 이 속담에 메타인지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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