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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25. 2020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처럼 잘 살 수 있을까?


학급 아이들과 진로 상담을 하는데 최근 학급 아이에게서 다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너는 진로 희망이 뭐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저는 그냥 학교 졸업하면 알바(아르바이트)로 한달에 130만원 정도 벌어서 30~40만원 정도 방 월세 내고 먹고 싶은거 사먹으면서 하루 종일 게임이나 하며 살고 싶어요."


어렸을때 꿈이 뭐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통령, 의사, 판사 또는 과학자라고 대답했던 우리 세대와는 너무도 다른 대답이었다.


우리 세대가 세상물정 모르고 너무 순진했던 걸까?  아니면 밀레니얼 세대인 이 아이가 벌써부터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회색빛 염세주의를 갖고 있는 걸까?


누가 그랬던가?  현재의 학교교육은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아이들 앞에서 구시대의 꼰대같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밀레니얼  아이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출생했으며 어릴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인터넷과 IT에 친숙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고인 물처럼  탁해진 머리도 식힐겸 도서관에 갔다. 머릿속엔   여전히 '평생 알바만 하며 게임을 하며 살고 싶다'는 아이의 말과 '대학이나 취업보다는 유튜브로 쉽게 돈을 벌고 싶다'는 우리 반 아이들의 말이 멤돌았다. 그러다 노란색 바탕의 책 제목 하나가 내 눈을 사로 잡았다.


                "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고?!  "


책 제목에 혹해서 주저 없이 집어든 책이 'Gigged :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새라 캐슬러)'였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진로에 대해 아직 아무 생각이 없거나 벌써부터 자포자기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직업에 대한 방향성과 조언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가 너무 무지했거나 근거 없이 희망차기만 했던걸까?  나의 기대는 책을 읽어 가면서 답답함과 실망으로 바뀌었다.  


책 제목에 나오는 '긱(Gig)'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는 '임시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긱 경제(Gig Economy)*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고용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 긱(Gig)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던 방식을 의미함.


긱경제 노동자 또는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 사업자와  같은 개념인 '독립 계약자'로 분류된다.  책에서 긱경제를 활용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독립적이며 유연하며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대중들에게 긱노동자가 되라고 설득한다.


직장까지 멀리 출퇴근할 필요도 없이 내가 살고 있는 생활 반경에서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일을 골라서 일 할 수 있다고? 게다가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이런 말을 듣고도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것은 긱경제를 이용하여 많은 수익을 얻어내는 기업 의 주장이고 긱경제 노동자('클라우드 노동자'  또는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의 입장도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책에 등장하는 인물인 프로그래머 '커티스'처럼 긱경제를 잘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긱스터'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수익도 얻는다. 하지만 그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학력도 높은 편이고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과는 다르게(이들은 기본적으로 학력이 낮고 특별한 기술이 없다)  IT기술을 가지고있는 사람이다.


그와는 달리 대부분의 긱경제 노동자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책에선 우버택시 운전사 에이브, 아마존 인력 중개 업소 메커니컬터크 노동자  크리스티, 아칸소주의 자선 교육자 테런스의 입을 통해 긱경제가 온라인 단순 작업 노동자에겐 경제적 자유는 커녕 최저 임금도 보장하지 못하며, 노동자를 위한 각종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며칠 전에 내가 좋아하는 와플 맛집에 갔다가  "ㅇㅇ 의 민족"  배달 기사가 와플을 구입하여 배달하는것을 보았다.  요즘엔 짜장면과 같은 배달 요리가 아니어도 와플 주문 마저도 핸드폰 앱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와플을 먹으려고 집에서 가게까지 왕복 4km를  걷는 내가 조선시대 사람같다는 생각을 했다.


와플도 배달 앱을 통해 주문 배달 되는 것을 보니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가 더이상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 전 신문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한 기사가 떴다. 사실 독립계약자 라는 말이 허울 좋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긱경제 노동자들은 '하청 노동자' 또는 '임시 노동자'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노동자의 권리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아르바이트생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


하지만 IT기술 발전으로  인해  노동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긱경제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궁극적으로 기업과 노동자 양쪽을 위한 상생의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음 진로 상담땐 우리반 녀석들에게 말해줘야겠다.

너희가 졸업하고 나서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어도

세상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사회로 진출하면, 

단순 노동으로 살아가는 일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만큼 편하고 즐거운 일은 아닐거라고. 




첨언 :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의 제목은 직업에 대해  얼핏 보기엔 장미빛 미래를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1년 저자가 긱경제에 대한 기사로 쓴 "온라인 잡역부가 뜬다 "의 제목이 좀 더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 않나싶다.




이 책은  미래의 직업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경제 또는 사업에 관심있는 사람  그리고  진로에 대해 걱정이 많은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는 과정에서 경제 용어나 각 경제관련 조직에 대한 이름이 많이 나와 다소 지루했고, 번역  내용이 조금 자연스럽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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