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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Dec 21. 2019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하는 포노 사피엔스 아이들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 : 내가 학급에서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


 얼마 전 감기가 한창 유행이라 병원 진료 대기실에는 어린 아가들부터 연세 있는 어르신들까지 많은 감기 환자들이 자신들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이 아파 따뜻한 물을 마시며 내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중 내 앞의 한 젊은 엄마와 3~4세 정도 되어 보이는 예쁜 아이가 들어왔다. 아이는 기다림이 무료했던 모양인지 몸을 버둥대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는 아이의 짜증과 칭얼거림에 당황하여 다급히 아이 손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쥐어주고는 아기들의 불후의 명곡 ‘아기 상어’ 동영상을 틀어 주었다.     


“샤크! 샤크!”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뚜루 뚜루루~”

“엄마 상어 , 뚜루루~~~...”    


 아이는 곧 핸드폰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런데 그 순간 유튜브 광고가 뜨자 아가는 곧 그 작고 짧은 지손가락으로 노련한 스냅을 자랑하며 ‘광고 건너띄기’를 가볍게 실행시키는 것이었다!  

   

“방금 전 내가 무엇을 본거지?”    


 최신 스마트폰도 오직 전화, 문자, 유튜브 정도까지만 겨우 사용할 줄 아는 내가(이런 나를 스스로 아날로그 감성의 사람이라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옛.날. 사..’이라는 것을...) 목격한 아기의 ‘유튜브 광고 건너띄기 손가락 스냅 장면’은 어린 아기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이질적이고도 낯선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망이 전 세계에 깔려있고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소위 ‘포노사피엔스 족’이라는 것을 그 날 새삼 깨달았다.


 매일 아침 내가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교실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우리 반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일제히 수거하는 일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아이들에게서 그들의 몸의 일부분과 같은 스마트폰을 빼앗다니 이 무슨 시대의 역행하는 일이냐고 누군가는 내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나는 아침 자습시간에 학급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학급 핸드폰 보관용 케이스에 넣어 따로 보관했다가 (특정 수업시간에 수업 자료를 위해 사용할 땐 일시적으로 사용을 허락하거나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핸드폰 사용을 허락하기도 한다.)모든 수업이 끝났을 때 다시 돌려준다. 나도 매일 핸드폰을 수거하고 관리하며 방과 후에 다시 배부하는 일이 매우 귀찮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걷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주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일어난다.     

그동안 발생된 스마트폰 관련 문제점들과 사건들에 대해서 몇 가지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핸드폰 게임

 – 핸드폰에 한 번 빠진 아이들은 아침 자습시간부터 집에 갈 때까지 미친 듯이 핸드폰 게임만 한다. 어떤 학생은 등교 시 핸드폰 하나만 달랑 챙겨 갖고 오기도 한다.    


2. 야한 동영상 시청

 - 학부모님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요즘은 쉽게 포르노그라피를 성인 인증 없이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부모님이 주무시는 야심한 시간에 야동을 몰래 볼 필요가 없다. 얼마 전엔 수업시간에 야동을 보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 반 아이는 아니었다. 휴~~~)    


3. 불법 스포츠 도박

-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토*가 있다. (안타깝게도 학기 초에 우리 반에서도 몇 명의 학생들이 적발되었다.)


4. 시험 부정행위 적발

 - 시험 도중 여자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시험과목이 0점 처리되었다. (또 우리 반이다...)     


5. 무료 만남 채팅 앱으로 인한 성 관련 사건 발생

- 돛**와 같은 무료 만남 채팅 앱은 만날 수 있는 거리를 설정하면 그 반경 안에 이성들을 연결해 준다. 하지만 건전한 만남보다는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6. 친구 사진 몰카

-특히 친구의 신체 일부 사진을 찍어 인터넷상에 올려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끔 교사들도 몰래 찍혀서 합성된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소위 '짤' 형태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사진을 찍은 아이는 장난일진 몰라도 당하는 사람에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7. 허위사실 유포

- 학생들끼리 비밀 카페를 만들어 학교 행사나 일정에 관해 허위사실을 만들어 학교 일정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도 우리 반에서 발생되었던 일이다. 도대체 우리 반은.....)    


 최근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최재붕 교수의 ‘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 포노사피엔스’를 읽었다. 이 스마트 신인류들은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지식을 책에서보다는 구글 등의 인터넷에서 찾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쇼핑도 하고 은행 업무도 처리한다. 그리고 쇼핑이든 영화든 그들이 소비한 문화를 느낀 점과 후기의 형태로 즉각적으로 인터넷상으로 표현하며  컨텐츠 재생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책에서 저자는 스마트폰의 혁신성으로 인해 시장 경제에 큰 변혁이 일어났고 우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명분으로 반대하거나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대해 강조하기보다는 스마트폰 사용의 경제적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내용에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십대 청소년들은 아직 자율성과 현실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충동성이 강하며 중독에도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일으키는 수많은 문제들과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나로서는 책 속의 희망과 비전이 당장 와 닿기보다는 스마트폰 관련 문제나 범죄 예방을 하는 일이 내겐 큰 과제다.


책 속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면에는 ‘스마트폰을 스.마.트. 하게’ 사용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반 학급 학부모님들 중 몇몇 분도 아이가 학교에서 핸드폰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을 교육하고 학급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해서 핸드폰의 자율성 이전에 위험성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면에는 양면성이 있으니까. 더욱이 햇살이 밝게 비칠수록 그 그늘도 더욱 짙다고 하지 않는가. 솔직히 스마트폰의 장점은 나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쾌감과 재미’를 준다는 것도.


그래서 담임교사인 나의 역할은 아이들이 필요할 때 적절히 균형감각을 갖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일수록 '제대로 된 칼집'이 있어야 명검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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