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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Mar 21. 2023

사진 각도의 중요성

1.  주민등록증을 빨리 만들어야 했다.  급한 마음에 동네 지하철 안 셀프 사진기 안에서 돈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팟!"


눈앞으로 번쩍 플래시가 켜졌다. 눈이 시렸다.


곧이어 자판기처럼 사진이 윙~ 소리를 내며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나라고?!"


즉석 명함사진 속의 나는 눈은 작고, 삼백안이다.  코는 낮고 뭉뚝한 거야? 내 피부가 이렇게 시커멓다고?!  


아나운서 면접용 같은 사진까진 바라진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절대 타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이 출력됐다. 꼭 도주 중인  범죄자 같은 사진. 그렇게 한동안 새 사진으로 교체된  내 주민등록증은 행여 남들에게 들킬까 지갑 안에만 숨어 지냈다.


뽕이도 사진 각도에  따라 사진 결과물이 많이 달라진다.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대고 찍으면  미모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단박에  못난이 코봉이가 된다. (눈은 작고 코는 뚠뚠, 입은 옹졸, 얼굴 라인도 똥망. 같은 뽕이 맞나?  그래도 뭔가  백곰 새끼 같은 것이 컨트리적 구수함이 느껴지는 매력은 있구먼)

다른 강아지 아니다. 뽕이 씨가 맞다. 믿어달라..


2. 집사는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을 때 완전한 정면보다는 오른쪽면으로 얼굴방향을 살짝 튼다. 그렇게 찍으면 나름 만족하는 사진이 나온다.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은 완벽한 대칭이 아니어서 왼쪽과 오른쪽 중 한쪽이 더 예쁘다)


뽕이 씨도 사진 찍을 때 45도 각도의 모습이 제일 예쁘다. 45도 각도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상관없다.  큰 눈과 여리여리한 쌍꺼풀, 그리고 오뚝한 콧날. 역시 미견이다.  강아지도 사진 각도 하나에서 코봉이가 되기도 하고 미견이 되기도 한다.  역시 사진은 각도가 생명이다. 거기에 사진을 찍어주는 집사의 열정까지 추가하면 캬~ 그 사진은.. 더 이상 말해 할까?

집사가 간식도 안주고 사진만 찍어댄다고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다. 그래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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