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하게 잠들고 있던 목요일 새벽에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30분.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힘주어 들어 올리며 핸드폰을 열어본다. 핸드폰의 밝은 불빛에 눈이 빠질 듯이 시리다.
모르는 발신 번호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전화를 받고 말았다.
“여....보세요~~?”
내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중년 여성의 절규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들린다.
“엉~~엉엉~~~~선생....님 ....엉엉~~~”
얼마 후에 격한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훌쩍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실종됐어요!!! 흑흑~~ 어떡해요~~~~!!!”
그제서야 난 이 모르는 번호의 주인공이 우리 반 학부모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나저나 가만있어보자....아이가 실종됐다고? 실종된 아이는 누구란 말이지?’
아이는 어디로 사라졌나?
학급 학부모라고 추정되는 이 여성분은 한 마디의 자기소개도 없이 서럽게 울다가 갑자기 아이가 실종되었다며 내게 실종신고를 했다.
자다 깨서 칼칼한 목을 가다듬고 나는 다시 교사다운 목소리를 장착한다.
“여보세요”
“어머님~~ 일단 진정하시구요~~~”
“죄송하지만 누구 어머님이신지요? ”
예의를 갖추었지만 신분을 밝혀달라는 나의 요청에 상대편 여성분은 아까보다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동현이 엄마예요”
“동현이가 이틀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흑흑...”
잠결이라 문제 해결을 위한 두뇌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멍한 머리를 최대한 빠르게 가동시켜 본다. ‘음...동현이는 우리 반 반장이고....반장은 이번 주에.....’이 쯤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래서 동현이 어머니에게 결정적 질문을 한 가지 던진다.
“동현이 어머니~ 동현이가 반장이라 지금 1박2일 리더쉽 캠프에 참여하고 있을 텐데요...
어머니, 동현이로부터 말씀 못 들으셨어요? 리더쉽 캠프 참가 학부모 승인 가정통신문도 받으셨을 텐데요?”
잠시 침묵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화기 너머 동현이 어머니의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걱정과 슬픔의 감정이 한순간에 안도와 창피함으로 바뀌는 그 모습을... 사춘기 절정의 무뚝뚝한 아들과 맞벌이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대화의 부재가 만들어낸 웃픈 사건인 것 같다.
뒤늦은 후회
동현이 어머니와 극적인 통화를 끝낸 후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 5분...
망했다... 한 번 깬 잠은 쉽사리 다시 오지 않았다. 결국 수면 부족으로 인해 몇 년은 급 늙은 얼굴로 학교로 출근했다. 그리곤 하루 종일 두 가지 사실로 자책을 해댔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 해 놓지 않았던 것과 학기 초에 교무실 전화번호 대신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내 개인 핸드폰 번호를 별생각 없이 알려줬던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아마 동현이 어머니가 내 핸드폰 번호를 몰랐더라면 다음 날 학교 업무시간까지 전화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었거나(동현이 어머님이 동현이와 직접 통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순간의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음 날 아침 학교 교무실로 전화했을 땐 조금은 더 침착하게 나와 통화를 하여 문제를 해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나는 피로에 쩔지 않은 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 오늘 화장 떴어요~~~
졸음을 떨치려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넣어 중탕을 만든 후 빠르게 마신다.
오전 8시. 학급 조회를 위해 서둘러 교실로 들어가야 한다. 교실로 들어서니 삼삼오오 무리 지어 떠들고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교탁 앞에 서 있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선생님~~ 선생님 오늘 화장이 많이 떴네요~~~”
‘우하하하~~~’ 하고 아이들은 왁자지껄 웃으며 내 메이크업 상태를 평가해 준다.
나는 힘없이 웃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나도 알고 있다~녀석들아...그 놈의 핸드폰만 아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