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은 누가하나요?#1

by 이자까야

10년 만에 고3 담임을 지원하다.


11월 말이 될 때마다 고민이 생긴다.


‘내년에는 몇 학년으로 지원을 해야 하나?’

‘내년엔 비담임 신청하고 싶은데 담임은 계속해야 되겠지?’(질병이나 개인 사정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담임은 무조건 해야 한다.)


“선생님은 내년에 어느 학년 신청하실 거예요?”


한 선생님이 내게 의향을 물어본다. 선생님들끼리도 내년 학년 신청에 은근히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하긴... 몇 학년에 가느냐에 따라 1년 동안의 학교생활의 수준이 많이 달라지니까.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11월 말에 교무부에 자신이 원하는 학년을 신청한다. 그동안 계속 1, 2학년 담임만 신청해서 은근히 학교에 눈치가 보였던 나는 이번엔 고3 담임을 자진 신청했다. 언젠가는 고3 담임을 해야 하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3 담임 업무 강도는 고1, 고 2 담임 업무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선생님들 사이에서 은근히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월급은 똑같다!)


고3 담임은 저도 처음이라구요!


그런데 큰일이다....수시모집 전형이 대학마다 다른데 어떻게 다 공부하지? 혹시나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입시에 대해 질문할 때 대답을 못하면 어쩌지?....갑자기 온갖 걱정이 밀려온다. 마치 내가 다시 고3 수험생이 된 듯한 기분이다. 반 전체 아이들의 인생이 내 입시 지도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깨가 너무 무거워졌다. 고3 담임 선생님이 힘든 건 알겠는데 너무 유별나게 걱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첫 고3 담임이라고~~첫 고3 담임!!!


12월이 되자 나는 신청한 대로 고3 담임으로 확정되었다. (속으로 은근히 고3 담임 신청자가 많아 내가 신청한 것이 밀려나길 바랬다. 쳇...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그동안 고3 담임을 했던 관록 있는 선생님들이 달라 보였다. 입시계의 무림의 고수 같다고나 할까? ‘고3 담임? 그거? 뭐 그렇게 힘들다고~ 학생 성적과 학생부 보면 지원 가능 대학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들의 여유 있는 표정이 마냥 부러웠다.


떨리는 반 뽑기


새 학기 한 달 전 2월 초. 내가 앞으로 맡게 될 3학년 반을 교무실에서 추첨하는 날이 왔다. 반을 어떻게 뽑냐고? 반 추첨 프로그램, 뭐 이런 시스템을 기대했는가? 말 그대로 그냥 눈감고 뽑기로 뽑는다. (21세기 우주탐사 시대에 이 얼마나 클래식한 방법이란 말인가!)


두근두근....제발 성적 좋은 반, 그리고 이왕이면 이과 반을 뽑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학창 시절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고3 이과 반 들은 대체로 문과 반들에 비해 학습 분위기나 생활태도도 좋고 대학 합격률도 높다!) 나보고 세속과 욕망에 찌든 교사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어떤 아이들을 맡더라도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며 학습 동기를 잘 유발시켜서 훌륭하게 대학에 진급시키는 선생님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솔직해 지자!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고 뽑기 통에서 봉투를 하나 집어 들었다.

‘3반 당첨!’

‘앗!!! 문과다!!!’


일단 원하던 이과 반은 안됐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문과라 하더라도 성적이 좋은 반일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더 기대감을 안고 ‘3반’ 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봉투를 열어 예비 ‘3반’ 학생들의 명단과 성적을 본다.


‘맙소사! 성적이 왜 이래?!’

‘우리 반 1등이 전교 11등?’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의 성적은 쓸데없이 너무도 겸손(?)했다. 나는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쿨~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프로처럼 보이고 싶어 허세를 부릴 여유는 있었나 보다.) 속으론 좌절하고 있었다. ‘아~~ 망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좋은 대학을 보내지?’(그냥 솔직히 ‘인 서울 대학’ 이라고 명명하겠다) 혹자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너무 학생들에게 대학, 대학만 강요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특성화고도 아니고 일반 인문계는 아무래도 고3 때 입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격증 하나 없는 우리 어린양들을 그래도 공부라도 시켜 사회에 내보내야 할 것 아닌가!)


어쨌든 초짜 고3 담임과 성적이 한없이 겸손한 아이들과 1년 동안 동거동락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함께 수험생활을 헤쳐 나갈지 막막하다. 일단 새 학기 시작 전까지 동네 독서실이라도 등록해서 수시모집 요강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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