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회적인 페르소나로 연기를 해야 한다. (주의 : 항상 즐거운 척, 밝은척해야 인사고과와 직장생활에 유리할 수 있음!)
ㅡ지하철 개찰구 앞 풍경ㅡ
ㅡ(예의 바르지만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박대리가 선창을 한다)
최부장님,김 과장님,이대리님~ 오늘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ㅡ(권위 있지만 자상해 보이는 톤으로 최부장이 화답한다)
박대리, 김대리 오늘 수고 많았네~! 허허~~
ㅡ(목소리 톤 '솔' 이상의 음역대로 미스김이 후창을 한다)
오늘 진~ 짜 너~무 즐거웠어요~ 모두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까르르~까르르~
ㅡ(직원들의 일동 합창)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들 가세요!!!
강남, 광화문 등의 회사가 많은 곳의 지하철 개찰구 앞에선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다소 큰 목소리와 밝은 모습으로 깍뜻한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무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내일 아침이면 회사에서 다시 볼 거면서 지금 헤어지는 게 너무도 아쉽다는 듯한 저 과장된 몸짓. 그리고 한껏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로 그들은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곤 각자 얼른 웃음기를 거두곤 무표정하게 귀에는 에어팟을 끼고 지하철의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서둘러 본인들의 갈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아까 함께 작별인사를 했던 두 명이 지하철 방향이 같은 쪽 이다. 저런! 최부장과 김대리는 같은 방향인 것 이다! 다른 이들은 전부 '감옥에서 나온 듯 자유인'이 되었는데, 이 두 명은 아직도 업무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이들 각자의 마음속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최부장은 계속 체면을 유지해야 하고, 김대리는 최부장에게 어떤 소재로든 눈치껏 밝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지하철아 빨리 와라~! 얼른 내 마음의 안식처로 돌아가고 싶다~!"
모두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정장을 허물 벗듯 벗어던진다. 그리곤 무릎 나온 운동복과 목 늘어난 티를 입는다. 억지로 웃던 안면 근육을 푼다. 이제서야 본연의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