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받는 병원이 광화문 빌딩숲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병원을 갈 때마다 수많은 직장인들을 보게 된다.
고층 빌딩 주변에는 버스정류장 같은 부스들이 많이 있다. 그 안, 밖 그리고 주변에는 정장 부대원들이 안면 근육이 풀리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연기를 뿜고 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smoking area'.
작은 공장처럼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사원증을 두른 키 큰 직원 한 명이 빌딩 회전문에서 탈출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를 피우며 이미 흡연부스에 도착해 있는 동지들을 향해 걸어간다. 담배 몇 모금으로 그의 안면근육도 '인상파'에서 '온건파'로 변한다.
담배가 건강에 나쁜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업무 중 수시로 찾아오는 극도의 스트레스에는 건강에 대한 상식도 무용지물이 되버리는듯 하다. 앞날에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질병보다는 당장의 스트레스가 더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니코틴을 투여하나 보다. 담배 피우기 직전, 그리고 담배 피운 후의 그들의 표정 변화에서 절실함이 느껴진다. 마치 공황발작 전의 내가 안정제를 투여받은 후 진정하는 내 모습처럼 말이다.
정장부대 직장인들은 깔끔한 수트와 흐트러짐 없는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눈빛만은 오늘 전투에서도 살아남겠다는 전사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지난 내 모습을 본다. 단지 나는 담배 대신 커피를 생명수처럼 마신 차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