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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Mar 10. 2023

순간의 영혼 한 모금

진료받는 병원이 광화문 빌딩숲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병원을 갈 때마다 수많은 직장인들을 보게 된다.


고층 빌딩 주변에는 버스정류장 같은 부스들이 많이 있다. 그 안, 밖  그리고 주변에는 정장 부대원들이 안면 근육이 풀리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연기를 뿜고 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smoking area'.

작은 공장처럼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사원증을 두른 키 큰 직원 한 명이  빌딩 회전문에서  탈출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를 피우며  이미 흡연부스에 도착해 있는  동지들을 향해 걸어간다. 담배 몇 모금으로 그의 안면근육 '인상파'에서  '온건파'로 변한다.


담배가 건강에 나쁜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업무 중  수시로 찾아오는 극도의 스트레스에는 건강에 대한 상식도 무용지물이 되버리는듯 하다.  앞날에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질병보다는 당장의 스트레스가 더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니코틴을 투여하나 보다.  담배 피우기 직전, 그리고 담배 피운 후의 그들의 표정 변화에서 절실함이  느껴진다. 마치 공황발작 전의 내가 안정제를 투여받은 후 진정하는 내 모습처럼 말이다.


정장부대 직장인들은 깔끔한 트와 흐트러짐 없는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눈빛만은 오늘 전투에서도 살아남겠다는 전사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지난 내 모습을 본다. 단지 나는 담배 대신 커피를 생명수처럼 마신 차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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