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PM 성장기 #9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더니 벌써 어색한 기분이다.
작가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배웠던 점을 쓰면서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60일째 글을 올리지 않아 작가님을 기다린다는 알림까지 받는 내 모습을 보면
역시 습관을 만드는 건 어렵게 느껴진다.
'소모적'으로 바빴던 2분기에는 주로 프로덕트를 다듬는 데에 집중했다.
버그를 해결하거나 부족한 기획으로 인한 유저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등의 일 말이다.
그때는 매일같이 고객 문의를 확인하고 내부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들으며
나름대로는 프로덕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유저가 느끼는 불편함만 확인하다 보면 당연히 프로덕트의 단점만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저를 잃을 것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
심지어 회원가입 전환율이나 리텐션과 같은 지표는 점차 하락하고 있어 불안함을 감추기 어렵다.
불안함은 곧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해결하게 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성취감도 높다.
짧은 기간만에 내가 유저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로 지표는 오르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 복사 붙여넣기가 10번 중 2번은 실패한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유저들의 불만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신규 방문수나 유저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지표를 보면서 다음으로 집중하게 되는 건 UX가 가진 문제점이다.
그러나, 모든 프로덕트가 그렇듯이 지금의 UX가 정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은 A/B 테스트이다.
'회원가입'과 '시작하기'와 같이 UX writing을 바꾸거나 버튼의 위치나 순서를 변경하는 등
A/B 테스트는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인다.
심지어 구글 옵티마이저와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 A/B 테스트를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A/B 테스트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굉장히 작다.
유저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버튼의 위치가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100명 가입하던 서비스에 1,000명이 가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PM은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할까?
Carrying Capacity 개념의 관점에서 본다면 답은 명확하다.
(C.C : 제품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자 제품의 기본 체력을 보여주는 수치)
많은 프로덕트들의 현상태 C.C는 이미 정해져 있다.
버그가 있거나, 기능이 불편하거나, UX가 이상하다고 하더라도 C.C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토스 이승건 대표님은 일시적으로 서버가 죽더라도 정해진 C.C에 따라 회복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tcrr2QiXt9M)
따라서 PM은 지표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바구니 크기를 키우고 새로운 바구니를 만들어야 한다.
즉, 유저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거나 새로운 BM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바구니를 만드는 일을 잘했기 때문이다.
채팅 서비스에서 멈추지 않고 카카오페이 등과 같이 기존 서비스 이외의 JTBD을 가진 유저들을 겨냥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서, '소모적'인 바쁨이라고 표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인력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은 더 큰 고객 가치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도 중요하다.
또 A/B 테스트를 통해 UX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빠르게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이 PM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