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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담파담 Feb 08. 2022

스타트업 취업 성공기 #02

어쩌다 보니 취업에 성공했다.

지옥 같던 6개월간의 인턴 생활에서 PM이라는 진로를 설정한 뒤, 1월부터 취준생 모드로 돌입했다.

사실 어렵게 얻은 서울 독립생활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에 더 빨리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생 시절 왕복 4시간의 통학에도 절대 독립을 허락해주시지 않았던 부모님께 취업만큼 좋은 핑곗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취준생으로 가장 처음 시작한 것은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기소개서만으로 내가 했던 활동을 다 표현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 포트폴리오만 보고도 나를 파악할 수 있는 회사를 만나길 바라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귀찮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깨달은 점은

많은 취준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든 만들어 보기를 추천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했던 활동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뭘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정리는 면접에서 가장 큰 빛을 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면접 질문에 적절한 사례를 빠르게 제시하며 답변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약 일주일 동안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한 뒤,

사람인, 잡코리아, 원티드, 로켓펀치, 캐치 등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채용 사이트에

내 이력서를 등록하고 공개 처리했다.

어디든 붙으면 일단 가겠다는 마인드로 취업에 접근했다.


혹자는 인서울 4년제 대학까지 나와서 어디든 가겠다는 마인드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원래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경력부터 쌓고 대기업 가면 그만 아닌가 싶었다.


또, 사람인과 잡코리아에는 '성격의 장단점', '직무 선택 동기', '직무 관련 경험' 3가지 항목의 자소서를 미리 작성해 등록했다.

어차피 내가 가진 강점은 포트폴리오에 적어뒀기 때문에 3가지 항목은 어느 회사를 넣던지 상관이 없도록 뭉뚱그려서 작성했다.

물론 나중에 지원하며 사전 질문이 있는 회사는 따로 작성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단 3일 만에 사람인 17개, 잡코리아 9개, 로켓펀치 4개, 원티드 12개, 총 42개의 PM 관련 직무에서 신입이나 인턴을 채용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중 합격 연락이 온 회사는 4개, 이력서 공개를 통해 연락이 온 괜찮아 보이는 회사는 1개였다.

서류를 합격한 5개 회사 모두 스타트업 성격이었기에 면접도 빠른 일정으로 잡혔다.

정장은커녕 증명사진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2주 차 취준생이었지만

면접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진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면접에 임했다.


가장 처음 면접을 본 P사는 창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회사였다.

사람인 이력서 공개를 통해 먼저 연락이 온 회사였으며,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했다.

코로나로 인해 줌으로 비대면 면접이 진행되었다.

스타트업 면접답게 열심히 준비한 1분 자기소개는 없었고 인성면접에 가까웠다.

자소서에 써놓은 경험, 내 성격이나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서 물어본 뒤 회사에게 궁금한 점이 없느냐고 물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내용을 토대로 회사 규모나 방향성 등에 대해 물어보았고 약 30분 만에 면접이 종료되었다.

그러고 약 2시간 만에 문자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많은 글에서 스타트업 면접은 대기업 면접과 다르게 소개팅과 같다고 했다.

내가 받은 인상도 소개팅이랑 비슷했다.

나를 회사에게 어필하는 것 이상으로 회사도 나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P사와의 면접에서 나는 회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에 더 크고 기반이 튼튼한 회사의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입사 거절 답장을 보냈다.

어디든 붙으면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만, 투자 실패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회사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P사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P사 입사 거절 문자를 보낸 이후 회사 선택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회사

창업 후 2년이 지난 회사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 (나에게 느낌이 오는 회사)

연봉 2800만 원 이상의 회사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나니 면접이 남아있는 4개의 회사 중 기준에 맞는 회사는 2개뿐이었다.

하지만 기준에 맞는 회사에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었으므로 기준에 맞지 않는 회사 면접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면접은 N 사였다.

N사는 2차 면접까지 있는 회사였으며, 나름 규모도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였다.

다만,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았다.

회사 내 서비스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내 사수가 될 사람과의 대화에서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수가 없던 인턴 생활 탓에 좋은 사수에 목말라있던 내게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더욱이 수습 기간이 6개월로 매우 길었고, 수습 기간 동안의 월급은 IPP 인턴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고민을 했고,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1차 면접에 합격했지만 2차 면접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면접은 A 사였다.

A사는 1차 면접 이후에 사전 과제와 래퍼런스 체크, 2차 면접까지 있어 입사까지 까다로운 회사였다.

1차 면접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꼭 가고 싶은 1순위 회사였기에 가장 긴장한 상태에서 면접에 임했다.

앞선 P사와 N사는 인성 면접이 위주였지만, A사는 직무 역량 면접에 가까웠다.

PM으로서 서비스 기획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이 들어왔고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서비스에 대해 물었을 때 당근 마켓이라고 답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적으로 답변하지 못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신입으로서의 열정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면접을 준비하며 서비스 기획 스쿨 책을 읽었기 때문에 면접 질문의 단어를 다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면접 전부터 걱정하지 말라던 면접관의 말처럼 1차 면접에 합격했다.

1차 면접 이후 사전과제는 실제로 A사의 서비스를 가상으로 기획하는 일이었다.

2가지 사전과제 주제 중 '회원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했고, 나름 논리적으로 사전과제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사전과제까지 제출하고 래퍼런스 체크까지 완료한 뒤, 대면 2차 면접에 임했다.

사실 2차 면접까지의 일정이 꽤 길었기에 아직 작성하지 않은 M사의 채용이 결정된 상태였지만, 선택지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과 다른 회사는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러 갈 겸 2차 면접에 참석했다.

그러나, A사의 2차 면접 경험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다.

2차 면접관은 나와 함께 일하게 된 CPO였다.

그러나 CPO는 나에게서 어떻게든 단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내가 답변하는 것마다 적절한 답변이 아니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라기보다 자신의 밑에서 순종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나는 그다지 순종적으로 일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 자리에서부터 그와 내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A사에서 정확한 통보가 오지는 않았지만 2주째 통보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탈락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내가 함께 일할 사람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면접 자리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네 번째 면접은 L 사였다.

L사는 내가 세운 기준에 맞는 회사가 아니었고, 채용을 급하게 하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또한 당시 M사와 A사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마음이 가지 않았고,

서비스 기획 업무보다는 운영 및 CS 업무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1차 면접에 합격하였으나, 2차 면접은 거절했다.


다섯 번째 면접은 M 사였다.

M사와의 면접은 모든 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무실 환경도 깔끔했고 직원 수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탄탄한 기업이다.

또한, 1차 면접은 내 직속 사수가 될 분과 보았는데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었다.

사실 M사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다 보니 주니어 PM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직무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고자 했다.

그러나, 서비스 기획이라곤 고작 한 달만 진행해본 내가 완벽한 답변을 하기엔 어려웠다.

특히, PM이 되고자 도서를 읽고 있다고 했는데 '인스파이어드'를 읽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도그냥의 서비스 기획 스쿨' 1권도 다 읽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시간으로 예정되어있던 면접 시간 중 20분 만에 모든 면접 질문이 끝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탈락이라는 생각에 내가 면접관에게 할 질문으로 뒤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신입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점은 PM이 되고 싶은 열정과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따라서, 면접관에게 하고 싶은 첫 질문으로 아까 나에게 질문했던 책 제목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았고, 이외에도 PM으로서 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면접장에서 핸드폰을 꺼내도 되나 싶었지만, 조금 더 내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 모습을 통해 면접관을 설득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첫 질문 이후 '인스파이어드'에 대해 본인이 정리한 글을 직접 보여주며 자신의 생각을 소개했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물어보았다.

이전 20분 간 일방적인 면접에서 대화하는 면접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어디선가 주워들을 단어와 지식까지 총동원해서 성심성의껏 답변했고, 1시간 3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면접이라기보다 멘토링에 더 가까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면접이 종료된 뒤 인사하고 나오며 면접에 합격했는지 여부는 알기 힘들었다.

내가 나를 어필했다기보다 그냥 배우고 왔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점이 좋게 보였는지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2차 면접에 임하게 되었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으로 대표님과의 면접이었기에 다시 한번 더 내 경험과 강점을 정리해서 준비했다.

다행히 어려운 질문은 없었지만, M사 비전과 관련된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탈락을 예감했다.

그러나, 정말 운이 좋았는지 최종 합격을 하게 되어 남들보다 짧은 기간에 취업에 성공했다.


6개월간의 인턴 활동을 통해 PM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M사에 최종 입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의 점 잇기를 직접 체감했다.

어쩌다 보니 PM과 관련이 전혀 없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M사 서비스를 이용했었고, 그 활동을 통해 IPP 인턴에 합격했다.

IPP 인턴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점들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설득하는 일을 경험했다.

그 경험 중 서비스 기획 업무를 진행했고, 그 점들이 이어져 M사에서 주니어 PM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취업에 성공했고,

앞으로 또 어떤 점을 찍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점들이 또 하나의 선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내가 찍고 있는 점을 기록하고 또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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