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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담파담 Mar 04. 2022

브런치에는 왜 예약 발행이 없을까?

주니어 PM이 맘대로 하는 서비스 기획 분석 #2

처음에는 단순히 일기처럼 사용하고자 했던 브런치지만, 매일 기획 내용만 고민하는 일을 하다 보니 브런치의 기획적인 측면도 궁금해졌다.


브런치를 사용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예약 발행'이다.

보통 브런치처럼 유저가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식의 플랫폼은 예약 발행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브런치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예약 발행 기능이 준비되어있으며, 대부분의 유저에게도 예약 발행은 익숙한 기능이다.

따라서, 분명 브런치 기획자들도 예약 발행 기능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브런치 서비스가 시작된 지 벌써 7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와중에도 예약 발행 기능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기획자의 의도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브런치에는 예약 발행이 없을까?


먼저, 예약 발행 기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자.

예약 발행은 단어 그대로 사용자가 플랫폼에 발행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예약하여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새벽 3시에 작성 완료한 글을 낮 12시에 발행하도록 예약해두면 자동으로 낮 12시에 발행되며, 미리 저장해둔 글을 발행하기 위해 유저가 직접 시간에 맞춰 접속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간편함을 제공해줄 수 있다.


보통 예약 발행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본인이 발행한 콘텐츠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새벽에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보다는 유저의 활동량이 많은 시간에 발행하는 것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많은 글을 올려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브런치 글을 발행해본 결과 새벽보다는 오후 시간대에 올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더 조회수가 높았다.


조회수는 브런치와 같은 서비스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본인이 발행한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데에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브런치에서 발행한 글의 조회수가 높다면 다음 글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바란 채로 글을 쓰게 될 것이고, 발행한 글의 조회수가 낮다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저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콘텐츠를 발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서비스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서비스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따라서, 브런치도 통계 기능으로 유저에게 조금 더 쉽고 정확하게 조회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회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바로 예약 발행이다.

앞서 말했듯이 예약 발행은 유저들에게 간편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유저가 발행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1시, 3시, 6시 중 각각 어느 시간대에 올리는 것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조회수가 가장 높은 시간에 꾸준히 콘텐츠를 발행하고자 하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정리해서 말해보자면, 유저는 본인이 발행할 콘텐츠의 조회수를 높이는 것에 동기부여를 얻게 되고, 예약 발행 기능은 유저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시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예약 발행 기능 자체가 서비스를 성장하는 데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까지 볼 수 있다.


좋은 효과만 가지고 있는 듯한 예약 발행 기능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아마도 브런치는 예약 발행의 단점에 집중했기 때문에 예약 발행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기획 방향을 설정했을 것이다.


예약 발행의 가장 큰 단점은 어뷰징이 쉽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도배글'은 서비스 운영에 있어서 치명적일 수 있다.

브런치를 예로 들어보자면, 브런치 글이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메인에 노출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작가가 발행한 글의 총 조회수도 알고리즘의 일부일 것이다.

이를 노리고 예약 발행 기능을 통해 질이 낮거나 짧은 글을 10분 단위로 연속해서 올리게 된다면 알고리즘을 통한 서비스 운영에 문제가 된다.

예약 발행을 통한 조회수 상승이라는 순기능이 순식간에 어뷰징으로 바뀌는 것이다.


예약 발행 기능을 통한 어뷰징으로 인해 서비스 내 콘텐츠 질이 떨어진다면, 유저의 이탈률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져 서비스 운영 자체에 차질이 생긴다.

때문에, 예약 발행 기능이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는 '저품질 블로그' 정책을 마련하여, 최소 3시간 간격으로 글이 발행되지 않는다면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하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저품질 블로그' 정책을 마련하고서라도 예약 발행 기능을 제공하는 타 서비스와 달리 브런치는 아예 기능조차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해답은 브런치의 서비스 방향에 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브런치의 메인 페이지 상단의 카피라이팅은 브런치 서비스 방향성을 말해준다.

브런치는 작성한 모든 글을 작품이라고 칭하며, 브런치 내에 질이 높고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글이 생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퀄리티 높은 글'이라는 차별 포인트로 브런치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퀄리티 높은 글을 지향하는 브런치의 서비스 방향성은 여러 정책들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작가 신청' 프로세스가 존재한다는 점은 이를 대표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브런치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서비스와 동일하지만, 아무 글이나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 신청' 후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보통 영업일 기준 2~5일이 소요되는 것을 보아 꼼꼼한 검토 과정을 거치는 듯 보인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서비스 방향성과 일치한다.


우선, 심사를 진행하여 1차적으로 글의 퀄리티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 프로세스에서는 작성한 글 이외에도 앞으로 내용을 주제로 글을 쓸 예정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브런치에 적합하지 않은 글은 아닐지, 앞으로 브런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리 심사해볼 수 있어 서비스 방향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유저 입장에서는 '작가'라는 자격이 합격을 통해 주어졌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어 추후 발행할 글에 대해서도 신경 쓰게 된다.

때문에, 글을 발행할 때 심리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게 되어 글 작성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작가 신청' 정책 이외에도 '매거진', '브런치 북' 등 브런치는 유저에게 더 좋은 글을 쓰게 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퀄리티 높은 글을 장려하며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브런치에서 예약 발행으로 인한 어뷰징이 발생하게 된다면 경쟁 서비스에서 발생한 어뷰징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후발 주자로 성장하기 위해 내세운 차별 포인트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저품질 블로그' 정책은 어찌 되었든 어뷰징이 발생한 뒤 처리하는 사후 정책이다.

브런치 입장에서는 사후 정책보다는 어뷰징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브런치는 예약 발행으로 인한 어뷰징을 막기 위해 애초부터 예약 발행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브런치에 예약 발행은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이다.

구글에 '브런치 예약 발행'이라고만 검색해도 예약 발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도 예약 발행을 원하는 유저 중 한 명이었으며,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기획 의도를 파악해보기 전까지는 예약 발행이 없다는 점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까지 PM으로 일해본 경험으로는 작은 기능 하나까지 기획자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유사 서비스를 똑같이 따라 할지언정 분명 기획자는 해당 기능이 서비스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항상 고민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도 서비스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기획자의 의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예약 발행 기능이 없는 것도 그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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