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돌아보며
나는 12월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한 해를 돌아보았다.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장 어제 먹은 점심도 가물가물한 탓에 내가 어떤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별 수 없이 사진첩을 열었다. 흐트러진 기억 조각을 모아 사진으로 나열했다. 뒤돌아보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구석구석 가득히 행복했다고.
푸르름 속에 함께 웃던 우리 가족
올해도 어김없이 벅차게 눈부셨던 경험들
부족함을 자각하고 마음이 무너져 갈 때 마주한 유동룡미술관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는 사람들
보고 싶다면 한걸음에 달려와주는 친구들
똑 부러지고 예쁜 동생들
고맙고 소중한 인연들
올망졸망 수집한 귀여운 물건들
좋아하는 목소리와 음악과 피아노 선율
몽글몽글 마음을 울리는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좋아한다는 말이 온전히 닿지 않아 속상했던 마음과
자아분열을 의심할 정도로 세상을 예민하게 바라봤던 날들과
나의 페르소나가 나를 잡아먹어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순간과
완주의 기쁨보다 함께 뛰는 길이 행복했던 기억과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에게 나를 고백한 수줍음까지
참 많은 시간을 지나쳤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무엇보다 올해 들은 철학 수업이 참 의미 있었다.
철학 수업의 목표는 아주 조금 더 행복해지기였는데,
이 글을 읽어준 당신도, 이 글을 읽기 전의 당신보다 아주 조금 더 행복해져 있길.
p.s/ 당신의 한해를 엮은 이야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