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먼저 뜨겁게 마음을 쏟게 된 사람과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면,
나는 사랑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었을까?
아니. 전혀.
나는 그래서 그이가 내뱉는 순간순간이 너무 좋다.
그가 말하는 ‘진짜’에는 속이 가득 차있다.
내가 건넨 사랑의 언어가 그에게 닿을 때면 마음이 간질간질한지 나직한 감탄사를 툭 뱉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의 언어를 절여 두고 싶다. 빵에도 발라먹고 차로도 마시고 그저 예쁜 병에 담아서 보고만 싶기도 하다.
그래, 기억 속의 그대는 처음 본 그날부터 내게 거침이 없었다. 과감하면서 솔직한 구석이 꽤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길에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던 그가 어느 날 카메라를 사고 싶다고 말한 건 꽤나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많이 담아가고 싶다고, 아직 만나기도 전인데 벌써 아쉽다는 말을 연거푸 내쉬었다. 나는 “그전에 우리가 만나잖아.”란 말로 그와 나를 다독였다.
언제 한 번은 연기수업 때 마음속에 감정이 잘 무르익었을 때, 그때 말을 터트리듯 꺼내보라는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의 언어는 마음에 맺힌 사랑이 여물다 못해 터져 버릴 때에 보다 다각적으로 드러난다. 나는 그 속에 담긴 달콤하게 물러터진 마음에게로 혓바닥을 살짝 내민다. 부드럽게 한입 베어 물고 입술에 뭍은 과즙까지 핥는다. 알레르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복숭아처럼 달큰하다. 행복하다.
당신은 이미 행복이 뭔지 아는 듯이 내게 행복을 준다.
당신은 이미 이 사랑이 어려운 길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내게 사랑을 준다.
당신은 내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일까, 온 마을을 품을 수 있는 망고 나무 한 그루일까, 나는 당신이 뿌리내린 땅일까, 나무를 의지하는 어린 소녀일까.
나는 그대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